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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M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의 독도 도발로 중단된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키로 합의했다. 또 12월 중순경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두 정상은 국제 금융위기 속에서 다자간 협력체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하도록 적극 협력키로 했다. 이를 위해 한중일과 ASEAN 회원국이 참여하는 800억 달러 규모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공동기금 조성이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될 수 있도록 양국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한일 양국이 지난 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이 경험을 토대 삼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손잡고 나가야 한다는 공조 의지도 다시 한번 다졌다고 이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아소 총리간의 첫 정상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회담장 앞에 선 이 대통령과 아소 총리는 반갑게 악수를 하고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이 대통령은 사진기자들의 요구에 "원스 모어(Once more, 한번 더)"라고 가볍게 말하며 아소 총리와 손을 잡고 자세를 잡아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아소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고, 지난번 내 취임식에도 참석해 준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면서 "아소 총리가 한일의원 연맹에서도 일하고 외무대신 때도 양국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에도 친구가 많은 것으로 들었다"며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굳건하게 유지, 발전시키는 데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아소 총리는 "2월 (이 대통령의) 취임식 때 눈이 많이 오고 추웠다. 그 때 이후로 다시 만나 뵙길 고대했다"고 화답했다. 아소 총리는 "2년동안 외무대신으로 있을 때 한국을 4번 방문하고 외무장관 회의를 11번 했다"고 말한 뒤 배석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론하며 "양국 관계가 어려울 때 한국 관계자들이 많이 노력을 해 줬는데 일본 총리로서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비공개 회담에서 아소 총리는 "한일 양국이 시장경제와 인권 등 중요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고 그래서 한국이 일본에도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주춤한 일이 있었지만 뒤로 후퇴한 일은 없었다. 앞으로는 주춤한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소 총리는 또 "한일관계를 성숙한 파트너십이라고 표현하고 싶고 이같은 지평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양국간 문제 뿐 아니라 지역문제 등에 대해서는 정상끼리 언제든지 수시로 전화를 주고받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양 정상은 한미일 3국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을 표시했고 이 대통령은 "6자회담 틀 내에서 한미일 3국간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미간 핵검증 합의 및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일본이 대북에너지 지원에 동참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데다 검증의정서 채택에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아울러 의원외교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상들 뿐 아니라 의원들과 관계 장관들도 수시로 만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아소 총리는 "양국간 의원외교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관계구축에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아소 총리는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 대통령은 "원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방한하기로 돼 있었는데 갑작스런 사임으로 불발됐다"며 아소 총리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청와대측은 아소 총리와의 첫 회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이번 회담이 향후 역내 공조가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이 대변인은 "오늘 회담에서는 과거사 문제 등은 논의하지 않고 당면한 금융위기를 한일간 공조로 극복하자는 게 주요 논의 내용이었다"며 "정치적이거나 민감한 문제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