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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지금 상황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할 만큼 경제위기가 심각하다. 국정 운영 세력인 청와대와 정부, 여당인 한나라당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한 때인데 청와대와 국회를 진두지휘하는 여당 원내대표간에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양측의 충돌이 '경제해법'에 대한 이견이 아닌 '인사 문제'라는 점이다. 홍준표 원내대표의 '연말 개각론'이 발단이 됐다. 홍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촛불정국에서 꺼냈다. 당시 '강부자·고소영·S라인'으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의 첫 인사가 도마 위에 오르자 홍 원내대표는 여론환기를 위한 청와대 인사개편 문제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했다.
인사 문제는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꼽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20%대에 묶여있는 이유로 '인사'를 꼽는다. 이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불신은 '잘못된 인사'에서 출발했다는 지적에는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홍 원내대표가 촛불정국에서 던진 '연말 개각' 발언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18대 첫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 홍 원내대표에게 많은 시선이 쏠리고 그에 대한 인터뷰는 쇄도한다.
이 때마다 그가 제기한 '연말 개각론'은 꼭 등장한다.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피하지 않는 스타일인 홍 원내대표는 촛불정국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은 내용의 답변을 한다. 2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홍 원내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연말 개각론' 관련 질문을 받았다. 사회자인 손석희 교수(성신여대)가 "지난번 인터뷰 할 때 연말이 되면 2기 내각을 위해 인재 재배치를 해야 된다고 했는데 요즘 계속 경제팀 개편 얘기가 계속 나온다"면서 "연말에 (개각을) 생각할 수 있나. 건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홍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인재를 배치할 때, 우리가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적절하게 배치되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면서 "또 정권 출범하고 난 뒤 한 1년간 일을 시켜보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대통령께서 연말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어느 정부라도 다음 출발할 때 신발 끈을 고쳐 매는 것이 정치 상식"이라고 답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고쳐 맬 그런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본다"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자 이틀 뒤 청와대가 반응을 보였다. 22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말 개각론에 "논의된 바 없고 검토된 바도 없다"면서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총구는 곧바로 홍 원내대표를 향했다. 한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에게 "임면권자(이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에선 홍 원내대표에 불만이 큰 분위기다. "오버가 심하다" "또 홍 반장이냐"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홍 원내대표 역시 이런 청와대 반응에 적잖은 불쾌감을 보였다. 이날 저녁 KBS 제1라디오 '열린토론'에 출연한 그는 자신에 대한 청와대의 비판에 "정치 일정과 순리를 말했을 뿐인데 '대통령 인사권 침해'라고 얘기하는 것은 듣기에 난감하고 우습다"고 반박했다. 그는 매번 도마 위에 오르는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대해서도 "사람을 등용할 때나 자를 때 신중을 기하는 분으로, 지난 번 내각 파동 때도 가슴아파 하는 것을 봤다"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민이 싫어하면 임명 사흘만에 자르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은) 정에 약한 모습이 있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 측 내부의 분위기는 이 보다 더 격하다. 청와대 공격이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익명'으로 여당 원내사령탑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당당하다면 왜 뒤에 숨어서 공격하느냐"며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주장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여당이지만 기본적으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잘못된 인사를 여당 원내대표로서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것"이라며 "홍 원내대표가 그간 주장한 것은 원론적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익명으로 여당 원내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