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당 양승조 의원이 쌀 직불금 수급자 명단을 찾아냈다. 양 의원의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부터 자료의 존재를 확인했다. 민주당 의원님들의 국정감사 성과라 생각한다"

    21일 오전 회의에서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국정감사에 대한 평을 이같이 했다. 감사원이 쌀 직불금 관련 감사조사 결과를 폐기했다고 했으나 건보공단이 감사원에서 받은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것을 민주당이 확인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자료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 이사장이 개인정보 공개와 법적근거를 들며 자료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전날 건보공단 국감에선 자료제출 문제로 정 이사장과 의원들간 힘겨루기가 벌어졌는데 결과는 정 이사장의 판정승이란 평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정 이사장에게 "(건보공단이)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어디를 찾아봐도 국가안보와 외교상 기밀이 아니면 국정감사 자료제출 요구에 응해야 한다"(양승조 의원)고 요구했지만 정 이사장은 "나도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 요구를 들어줘야 마땅하지만 무엇이든 법과 판례를 보고 '해야 하는지 안 해야 하는지'를 따져봐야 하고 기관장으로서 검토해 본 결과 주지 않는 게 옳다고 판단해 주지 않았다"고 맞섰고 거듭된 의원들의 공격에 "쌀 직불금과 관련해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공공기관의 법률과, 국감에 관한 법률과 판례 등을 면밀히 검토했고 (자료는) 제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변웅전 보건복지가족위원장도 정 이사장의 이런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제한적 명단공개'란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정 이사장은 이마저도 거부했고 의원들은 정 이사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아 국감을 중단했지만 결국 회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29일로 국감을 연기했다.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시작도 못해본 국감에 대한 민주당의 "국감성과"라는 자평은 궁색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 이사장이 법적근거를 제시하며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는데 대해 야당 의원들은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결국 정 이사장의 답변태도가 문제가 있다며 역공을 펼쳤지만 이 역시 3선 의원 출신의 정 이사장이 "나도 의원출신으로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 요구를 들어줘야 마땅하지만…"이란 발언에 응수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

    이날 오전 회의에서도 결국 서 수석은 "정 이사장은 개인정보보호라는 명분으로 자료제출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열람마저 막고 있다"면서 "국정감사 기간 동안 피감기관의 기관장이 그렇게 오만하게 버틸 수가 없다"면서 "이것이야 말로 정부와 여당의 조직적인 국정감사 방해의 전형"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정 이사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전날 국감 뒤 기자실을 찾아 법적근거와 판례까지 제시하며 자신의 자료제출 거부의 타당성을 알리고 있어 29일 있을 정 이사장과 2차전도 민주당에겐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