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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당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첫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그런 자세로 (보건복지가족부를) 제대로 통솔하고 일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윽박질렀다.
김 후보자가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위축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 정 의원은 "당당하게 답변할 수 없느냐"고 소리쳤고 "대답하는 태도가 그게 뭐냐"고 따지기도 했다. "뭐가 겁나서 (답변을 제대로) 못하느냐"며 질의 내내 김 후보자를 질타했다.
18대 공천에서 탈락한 후 공천결과를 받아들이고 불출마를 선언한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이사장으로 컴백했다. 그리고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피감기관의 장으로 맞이했다. 공격자가 아닌 수비수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8개월 전 장관 후보자의 소극적 답변 태도를 윽박지르던 정 이사장은 20일 국회 질문에 대한 답변의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듯 야당 의원들 질의에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의원들을 압도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건보공단 국정감사에 참석한 정 이사장은 이날 야당 의원들로 부터 건보공단이 감사원에 제출한 지난해 쌀 직불금 수령자 명단 자료제출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개인정보 보호와 법적근거를 이유로 야당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런 정 이사장에게 일제히 공격을 쏟았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전날 건보공단의 실무자가 의원실의 자료제출 요구에 자료를 폐기했다고 답했다면서 "명단을 안 주기 위해 은폐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 이사장이 시켰느냐"고 추궁했다. 정 이사장이 "그런 일 없다"고 답하자 최 의원은 "국감에서 의원이 자료를 달라고 하는데 기관장이 판단해 안줘도 되느냐"고 따졌는데 정 이사장은 "정형근 개인이 판단한 것이 아니고 우리도 법무실이 있어 관련 법조문 판례를 면밀히 조사해 내린 결론"이라며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공단이 판단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최 의원이 다시 "공공기관이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정 이사장은 "국회에 자료를 제출함에 있어서는 개인 식별이 가능하지 않도록 자료를 제공해야 하고 국회가 국감을 위해 자료를 요청해도 적정한 지 판단한 뒤 필요한 경우에만 자료를 제공하는데 (이번 자료제출요구는) 국감의 목적에서 벗어난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이 "(건보공단이)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어디를 찾아봐도 국가안보와 외교상 기밀이 아니면 국정감사 자료제출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 이사장은 오히려 "적절하게 지적했다"고 답한 뒤 "(건보공단이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는) 감사원법 30조, 감사원은 감사에 필요한 협조와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근거로 준 것 같은데 당시 내가 이사장이었다면 절대 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인정보를 보호해야할 공단에 (감사원이 자료를) 요청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맞섰다.
정 이사장은 이어 "내가 온 뒤 의원들이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데 나도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 요구를 들어줘야 마땅하지만 무엇이든 법과 판례를 보고 '해야 하는지 안 해야 하는지'를 따져봐야 하고 기관장으로서 검토해 본 결과 주지 않는 게 옳다고 판단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거듭된 의원들의 공격에 "쌀 직불금 관련해 의원들의 자료제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공공기관의 법률과, 국감에 관한 법률과 판례 등을 면밀히 검토했고 (자료는) 제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이런 정 이사장의 자료제출 거부에 국감을 진행할 수 없다며 국감파행을 경고하고 나섰고 이에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국감을 정회하고 의견조율에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