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유학 중인 이재오 한나라당 전 의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만남은 정 최고위원이 당내 지지기반을 견고히 하기 위해 물밑접촉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조선일보는 20일 정 최고위원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차 워싱턴을 방문한 길에 미국에서 유학 중인 이 전 의원을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안상수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도 함께 했다. 
     
    정 최고위원은 6선 다선 의원이지만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얼마 안돼 계파가 없어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실제로 정 최고위원은 지난 6월 말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친이명박계인 박희태-공성진 후보의 협공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친이 대규모 회동 금지요청'을 하며 불쾌감을 드러냈었다. 따라서 이번 만남은 정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내 커다란 계파를 형성하고 있는 친이계 좌장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이같은 행보가 '당내 지지기반 다지기'라는 것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최고위원 측은 예전부터 이 전 의원과 친교가 있었고, "미국에 간 김에 식사나 한 번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친이재오계인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도 "정 최고위원은 이 전 의원이 강의를 하고 있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등 인연이 있다"며 "정치적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지난달 25~26일에는 박창달 전 의원이 이 전 의원을 만난 일도 있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여권 핵심 지도부와의 접촉 후 이 전 의원을 방문하러 미국에 갔었다. 이 때문에 이 전 의원에게 전달된 메시지가 여권수뇌부의 의중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여권 지도부는 이 전 의원에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감을 사게 만든 '투사형, 트러블메이커 이미지를 버리고, 이재오계는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주문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