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 내에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박희태 대표가 미국의 방침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책자문위원회 임원 임명장 수여식을 가진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하고, 개혁개방의 조건 하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에 개인적으로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황천모 부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표는 또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가운데 나온 소신 발언이어서 주목을 끈다. 한나라당 내에선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한 쓴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전날인 13일에는 공성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정부가 얼마나 공조를 했는지 의혹이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정진석 의원도 "북한 '통미봉남' 정책의 개가이며, 한국 외교는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환영 입장을 보인 정부와 입을 맞췄다. 지난 12일 조 대변인은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환영하며 미국이 잠정적이긴 하지만 전향적인 태도로 해제 조치를 취해 준 만큼 북한도 기존의 입장을 고집하지 말고 전향적으로 핵검증 절차에 협조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여야 대표회담과 관련해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제발 한번 만나자는데 민주당에서 노(NO)해서 잘 안 되고 있다"며 "만나면 야성을 잃는다고 생각을 하는지 참 한국정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만 하면 타협이고 굴종이다 이런 식으로 자꾸 보는 도식적 사고가 우리 정치의 활성화를 막고 있다. 야당 대표는 여당을 만나지도 않고 꿋꿋하게 바깥에서 온갖 소리를 떠들고 항변하고 이래야만 되는 것으로 의식의 기저에 깔려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