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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시작된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민주당이 기다리던 시간이다. 이명박 정부를 공격할 기회의 장이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선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정세균 대표 역시 이번 국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첫 국감을 통해 다시 국민의 눈도장을 받아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는데 출발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이다.
국감 전 부터 여야 의원들에게서 다양한 자료가 쏟아지고 있고, 이 중 굵직한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은 언론을 통해 여론에 공개되는데 민주당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료가 더 주목받고 있어 당내에선 '국감 초반 기싸움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더구나 현 정국이 이명박 정부에 불리한 상황임에도 민주당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민주당은 국감 전 주요 이슈들을 설정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은 '1%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프레임을 만들었고,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한국 경제 악화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잘못된 환율정책 탓이란 주장으로 여론을 설득하고 있다. 탤런트 최진실씨 자살로 가장 큰 이슈가 된 한나라당의 사이버 모욕죄 및 인터넷 실명제 도입 추진은 '인터넷상의 계엄령'이란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굵직한 이슈에 대한 민주당의 논리가 예상만큼 여론에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이버 모욕죄의 경우, 처음 한나라당이 도입을 추진할 때만 해도 여론이 좋지 않았다. 9월 12일 한 일간지 여론조사에서 사이버 모욕죄 신설에 대한 찬반 여론은 '인터넷 탄압'이란 응답이 53.8%로 '적절한 조치'(35.7%)라는 대답보다 높았다. 하지만 탤런트 최진실씨 자살 이후 여론은 급반전돼 7일 발표된 한나라당 산하의 여의도연구소 조사에선 찬성이 60.7%로 반대(29%)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여의도연구소의 5월 조사에서는 찬성이 31%, 반대가 53.6%였는데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사건이 국감 직전 터져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하는 바람에 불리한 여론은 민주당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비판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민주당의 '비판언론 길들이기' 주장에 한나라당이 '노무현 때는 더 했다'는 논리로 반박하면서 공격 효과는 크게 상쇄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이버 모욕죄 관련 공격에도 한나라당이 "노무현 때 사이버폭력죄 신설을 추진했었다"고 맞서면서 맥이 빠지고 있다.주요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국감 이슈 역시 민주당 보다 한나라당 주장이 더 많이 실리는 상황이고,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 시절 실정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민주당의 현 정부 공격은 상대적으로 무뎌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원내사령탑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다고 불만을 쏟고 있지만 이 역시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이 국감 때 마다 주장했던 내용이라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 민주당으로선 답답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