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에서 힘들게 일하는 남편이 아침에 출근할 때는 잔소리나 싫은 소리 하지 마세요. 낯선 곳에서 외국인을 상대하는 분들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힘을 돋워 주세요. 저도 아침에는 절대 잔소리 안합니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방문 당시, 공관직원 부인 격려 간담회에서 김윤옥 여사의 당부)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한러 관계 격상,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협정 등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이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공식 방문 뒤에는 부인 김윤옥 여사의 '조용한 내조'가 숨어있었다.

    김 여사는 9월 들어 청와대 출입 여기자 간담회를 시작으로 외국인 노동자와의 다과회, 추석 재래시장 장보기, 수차례로 나누어 가진 지방자치단체장 부인 초청 만찬, 바르게살기운동 여성지도자대회 등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눈에 띄는' 행보를 선보였다. 특히 11일 추석을 앞두고 고 육영수 여사 이래 처음으로 일선 군부대를 단독 방문, 장병들의 '일일 어머니'로 정을 나눈 모습은 돋보였으며 특유의 재치있는 말솜씨로 인해 '김윤옥 어록'까지 탄생할 정도였다.

    그러나 3박 4일간의 방러 기간 동안 김 여사의 일정은 '고작(?)' 네 개였다. 근래 활발한 행보에 비교하면 적은 일정. 지난 5월 중국 방문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 방문 동안 가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 여사,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부인 류융칭(劉永淸) 여사와의 '퍼스트 레이디' 회담과 같은 비중있는 일정도 피했다. 방중 후 지진 피해를 입은 사천성으로 떠난 이 대통령과 떨어져 귀국길에 오른 김 여사는 기내에서 기자들 좌석을 찾아와 이 대통령을 대신해 "고생많았다"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언론과의 접촉이 없었다.

    김 여사의 이같은 '조용한' 행보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등과 회담을 갖고 무려 26개의 협정을 맺으며 실용외교, 자원외교를 펼친 이 대통령의 방러 성과를 알리는 데 집중 돼야한다는 포석이 깔린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정을 자제했다기보다 이 대통령과 동행한 행사가 많았고 이 대통령의 자원외교와 별도로 교육, 문화 분야를 챙기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이범진 주러시아제국 대한제국특명전권공사의 순국비를 참배하는 데 동행했다. 국권 피탈 후 자결한 이범진 열사의 순국비를 모국 대통령이 100여년만에 찾는 자리였다. 다른 행사는 축소하더라도 그 곳만은 가야하지 않겠나는 판단이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방러 기간 중 김 여사는 차이코프스키 음악학교, 모스크바 한국학교 및 1086학교, 재러 젊은 예술인과의 간담회를 갖는 등 문화 교육 분야 '내조 외교'를 펼쳤다. 방러 마지막날인 지난달 30일에는 비공개로 공관직원 부인 간담회를 갖고 재외 공관 직원 부인들을 격려하고 조력자로서 이들의 역할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