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김귀환(60) 의장에게서 돈봉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서울시의회 의원 28명 중 일부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법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해 네티즌의 질타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5일 18대 국회의원 총선과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를 전후해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100만 원씩의 돈봉투를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및 뇌물수수)로 기소된 서울시의원 28명 중 몇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오후 재판을 기다리던 한 시의원이 일행에게 "내 자리(피고인석)에 가서 대신 앉아 볼래"라고 말을 걸자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저 사람들(재판부)은 기억도 못 해. 안경만 바꿔 쓰면 돼"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시의원이 "자리가 부족하면 의자를 좀 갖다 놓지"라며 피고인석이 부족한 것을 불평하자, 옆에 있던 시의원이 "시에서 예산을 좀 지원해 준다고 해"라고 맞받았고, 대화 도중에 "재판 끝나면 소주나 한잔하자"는 말도 나왔다. 또, 김 의장은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중 돈을 줄 대상을 어떻게 선정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면 당시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100여 명 전원에게 돈을 줬을 것"이라고 말하며, 검사가 '왜 하필 4월에만 4명에게 한꺼번에 돈을 빌려줬느냐'고 거듭 묻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건 빌린 사람들한테 물어보라"고 답했다.

    이 신문은 재판 도중 여러 차례 휴대전화 벨소리와 진동음이 울렸고, 일부 피고인은 그때마다 자주 법정을 들락거려 분위기가 흐트러졌다고 보도했다. 재판장인 형사합의 21부 이광만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법정 안에서는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법정 밖에서는 온갖 농담을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인터넷에 떠 있던데, 법정 바깥에서 처신을 좀 잘해 주기 바란다"며 "재판이 끝나기 전에 나가는 것을 막진 않겠지만 퇴정한 시간 이후로는 불출석한 것으로 기록하겠다"고 하자 법정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몇몇 시의원은 멋쩍은 듯 고개를 숙였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시의원들은 오후 8시 30분경 법정을 나오면서 불만을 터뜨렸는데 한 시의원은 "일부 의원이 스트레스 풀려고 농담한 것을 보도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대부분 의원들은 엄숙하게 재판에 임했다"고 항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법원 청사를 나선 시의원들은 또 "뭉쳐서 가면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모른다"며 뿔뿔이 흩어졌다.

    이 기사를 접한 네티즌 '한밭'은 해당게시판에 글을 올려 "지방자치제를 없애야 한다"며 "처음엔 무임금으로 나왔던 인간들이 이제는 세비 받아 먹고, 의원 건물은 왜 그리 크게 지었는지…그 자리가 돈 있는 것들 거들먹거리라고 만든 자리냐. 에이…더럽다"고 질타했다. 'cck23'은 "법정에 나온걸 부끄럽게 생각해야지, 이렇게 뻔뻔스런 사람들이 의원이라고 하는 걸 보면 정말 구역질이 난다"며 "판사님은 이번 기회에 돈 받은 의원들에게 법이 허용하는 한 중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eabhee'은 "뭔놈의 풀뿌리 정치냐. 이참에 지방의회 모두 없애고 쓰잘데기 없는 국회의원도 100명 이내로 축소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팔쇠'는 "탐욕만 가득하지 머리에 든 것이 없으니 행동거지의 옳고 그름마저 판단하지 못하고 법을 우롱하는 웃기는 행태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한심스런 일이다. 이들에게 서울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혀를 찼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26일 논평을 내고 "뼈를 깎는 반성을 해도 모자랄텐데 재판정에서 벌인 이들의 오만불손한 행태는 대한민국 법정을 모욕하는 작태이며 국민을 우습게 알고 안중에도 두지 않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이런 무뢰한들은 '법정 모욕죄'를 적용해서라도 법의 준엄함을 깨우쳐 줘야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