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종주국도, 아마 야구 최강국도, 자칭 아시아 야구의 맹주도 다 고개를 숙였다.

    한국 야구가 도입 100여년에 마침내 올림픽 정상에 등극했다. 북경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야구 대표팀이 쿠바 미국 일본을 비롷새 전 참가팀을 모조리 격파하고 9전 전승의 파죽지세로 올림픽 첫 금메달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은 23일 중국 북경 오과송 야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선발 류현진의 눈부신 투구와 이승엽의 선제 홈런포를 앞세워 아마 야구 세계 최강자로 불리는 지난 대회 금메달팀 쿠바를 꺾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한국이 구기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때 여자핸드볼 이후 16년 만이고 남자 종목에서는 사상 최초. 북경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13번째 금메달.

    한국은 1회초 '국민타자' 이승엽의 선제 투런포로 기선을 제압했다. 전날 일본과의 준결승 마지막 타석에서 역전 투런포를 날린 이승엽은 이용규가 중전 안타로 만든 2사 1루 찬스에서 쿠바 선발 노베르토 곤잘레스의 4구째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왼쪽 담을 넘기며 2점을 선취했다. 쿠바도 1회말에 곧바로 1점 홈런으로 응수했다. 마이클 엔리케스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따라 붙은 것.

    2-1로 살얼음 리드를 지켜가던 한국은 7회초에 추가점을 뽑았다. 2사 후 박진만의 우전 안타와 이종욱의 볼넷으로 만든 1, 2루 찬스에서 이용규가 쿠바 두 번째 투수 페드로 루이스 라조로부터 우익선상 2루타를 날리며 타점을 스코어는 3-1. 쿠바도 7회 말 알렉세이 벨이 다시 좌중월 1점 홈런을 날려 또 한점 차로 따라 붙었다.

    최대 위기는 9회 말. 류현진이 선두타자 헥토르 올리비에라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를 허용했다. 류현진은 주심 카를로스 레이 코토(푸에르토리코)이 석연찮은 스트라이크 존에 흔들리며 프레데릭 세페다와 알렉세이 벨을 잇따라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의 역전 위기를 맞았다. 이 순간 포수 강민호가 주심에게 항의하다 퇴장돼 불운이 겹치는가 했다.

    최악의 위기에서 김경문 감독은 배터리를 투수 정대현과 포수 진갑용으로 교체했다. 절대절명의 순간 마운드에 오른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정대현은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두개를 잇따라 꽂아넣은 뒤 3구째 뚝 떨어지는 공을 던졌다. 구리엘이 받아친 타구는 유격수 박진만-2루수 고영민-1루수 이승엽으로 이어지는 병살타. 한국 야구 첫 올림픽 제패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서 한국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 야구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류현진은 8⅓이닝을 삼진 7개, 피안타 5게(2피홈런), 2실점으로 막으며 15일 캐나다전 완봉승에 이어 완벽한 승리 투수로 우뚝 섰다. 정대현이 세이브.

    야구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회때부터 5차례 결승전에 모두 진출해 금메달 3개를 따냈던 쿠바는 시드니 대회에서 미국에 금메달을 내줬고 북경 올림픽에서도 준우승에 머물럿다. 미국은 일본과 3-4위전에서 8-4로 이기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북경 올림픽 야구 금메달리스트 24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감독 김경문, 코치 김광수 조계현 김기태)

    진갑용 이승엽 박진만 김민재 김동주 이진영 정대현 봉중근 류현진 장원삼 김광현 권혁 송승준 오승환 한기주 윤석민 강민호 이대호 고영민 이택근 정근우 이용규 김현수 이종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