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베이징 올림픽은 여러 가지 면에서 최대,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있지만 인터넷 생중계라는 면에서도 그 기원을 이룬 대회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TV중계권 이외의 뉴미디어 중계권에 부정적인 관점을 유지하던 올림픽위원회(IOC)에서 이번 대회부터 인터넷 중계권을 분리하여 그 권리를 판매하였다.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림픽 코너(www.youtube.com/beijing2008)를 개설하고 한국 인도 나이지리아 등 전세계 77개 지역에 올림픽 경기 하이라이트를 매일 3시간씩 동영상으로 중계한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때부터 인터넷 중계가 도입이 되긴 했다. 하지만 인터넷 초창기였던 이 때는 기술적 제약이 많아서 동영상을 제대로 인터넷으로 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이런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인터넷이 발전을 하였지만 이번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로 인터넷 중계가 어려움에 빠졌다. 엄청난 돈을 지불한 TV방송사들의 요청으로 인터넷 중계는 규제를 받았고 30개 사이트가 저작권을 위반한 혐의로 폐쇄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인터넷 사용자들을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고 TV중계권을 소유한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정책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미국 NBC는 인터넷 중계는 하이라이트에 한정하고 생중계는 하지 않았다. 인터넷 생중계가 TV시청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 광고 수입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던 방송사들이 이제 베이징 올림픽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인터넷 생중계를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중간점검 보고서 내용에 의하면 오히려 인터넷 생중계가 TV시청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인터넷 활용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사실 그동안 IOC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 항상 소극적으로 반응했다. 1956년 동계올림픽에 대한 TV중계 제안에 당시 IOC 위원장은 “올림픽은 지난 60년간 TV 없이도 잘해왔다. 앞으로 60년도 마찬가지다”며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올림픽 대회는 TV 중계 없이는 존속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IOC의 대부분 수익이 TV중계권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948년 런던 올림픽의 TV 중계권료는 3000만 달러로 3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그 액수가 무려 14억8000만 달러가 넘었다. 이는 한화로 환산하면 1조9000억원 정도의 금액이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 소비국 미국의 올림픽 중계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국 방송사 NBC가 2000년부터 2008년까지의 올림픽 중계권을 32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조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사들었다. 

    이처럼 IOC가 TV 중계권 수입으로 큰 돈을 벌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뉴미디어를 통한 독립적인 올림픽 중계는 고려 사항이 될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스포츠를 인터넷으로 중계하려는 시도가 계속 늘어가고, TV로는 모든 경기를 다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빈틈을 노려서 니치마켓을 만들어 가려는 진취적 사업가들이 늘었지만 IOC는 자신들의 고정수입인 TV 중계권료를 훼손할지도 모르는 그 어떠한 시도를 하는 것을 꺼려했었다. 오히려 TV 중계권을 보유한 방송사들 자체 사업으로 인터넷 중계가 차츰 시간을 늘려가며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중이었다.

    인터넷중계는 독립적 권리로 판매가 되지는 않았지만 TV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들의 마케팅 용도로 사용되면서 네티즌에게 제한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올림픽 인터넷 중계는 지상파 3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기존 TV 중계의 연장선상에 있는 서비스로 한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제한된 환경 하에서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작은 움직임이기는 하지만 인터넷 중계권을 독립적으로 판매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앞으로 인터넷 스포츠 중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 된다. 미국의 올림픽 중계 독점 방송사인 NBC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 시청자들이 올림픽 경기를 TV로 보는 것을 선호하였고, 아주 적은 수의 시청자들만이 PC를 통한 인터넷 중계를 더 선호하였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도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는 TV가 그 우위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인터넷 중계가 TV중계와 함께 서로의 영역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공존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TV와 인터넷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시청자들에게 보다 많은 경기를 보다 편한 시간에 보다 편한 미디어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번 경험이 앞으로 인터넷 중계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인터넷은 TV가 가지는 광고 수입에 근접할 만큼의 시청자를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TV가 보여주는 대형화면, 고화질, 고음질의 흡입력을 쫓아가기에는 인터넷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이런 점에서 상당 기간 동안은 인터넷 중계가 TV 중계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TV와의 결합이 앞으로 보여줄 가능성으로 보아 인터넷 중계가 TV 중계와는 다른 독립적인 시장을 만들어내게 될 미래가 아주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www.showpd.pe.kr 쇼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