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산에서 지난 달 발생한 민간인 총격 피살사건으로 남북관계는 얼어붙었지만 베이징에서 만난 남북의 총잡이들은 사대에 나란히 선 채 금메달의 꿈을 공유했다. 

    3일 오전 베이징 올림픽 사격 경기장인 베이징사격관 50m 경기장의 32~34번 사대에는 남자 권총 종목에 출전하는 북한의 류명연(4.25체육단)과 남한의 진종오(KT), 이대명(한체대)이 각각 자리를 잡고 훈련을 했다. 

    일부러 그렇게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세 선수는 각자 코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동훈련을 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다.

    특히 29세인 진종오와 38세의 류명연은 나이 차가 좀 나지만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 `형', `동생' 하며 우정을 나눠온 터라 이날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주고 받았다. 

    류명연은 이날 진종오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물음에 "내가 종오랑 아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한 뒤 몇시부터 나와서 훈련을 하고 있다는 등 간단한 인사를 했다고 소개했다. 진종오도 "명연이 형과는 각종 대회에서 만나서 잘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날 실전처럼 60발을 다 쏜 류명연이 먼저 훈련을 마치고 우리 선수들에 앞서 사대를 떠났다. 연습기록 563점을 기록한 류명연은 "오늘 편차가 좀 심했다"고 자평한 뒤 "점수를 좀 더 올려야 한다"면서 "결선에 오르는 것이 목표인데, 560대 후반은 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선수 뿐 아니라 코칭 스태프들도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뤄졌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남자권총 담당 김선일 코치와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7관왕에 빛나는 북한 `사격영웅' 서길산 감독도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김 코치는 "나와 서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선수로서 함께 출전했다"면서 "그 때는 내 성적이 더 좋았다"며 웃었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