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일자 사설 "정권 첫 '친인척 비리' 뿌리까지 드러내 뽑으라"입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18대 국회의원 총선 공천이 진행되던 올 2~3월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에게서 3차례에 걸쳐 수표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30억원 중 25억원은 김 이사장의 공천 탈락 후 되돌려줬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가 김 이사장을 공천 받게 해주려고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윤옥 여사와 김씨는 대통령 취임 이전과 이후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첫 친인척 비리 사건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지검 특수부나 공안부가 아니라 금융조세조사부에 맡겼다. 시도는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실패한 로비'가 아니라 애당초 시도할 의사도 없이 돈만 받아 챙긴 '사기 사건'으로 봤기 때문에 사건을 이렇게 배당했다. 그러나 김씨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세상 물정에 밝은 운수업자인 김 이사장이 3차례 30억원을 갖다줬다고는 믿기 어렵다. 김 이사장이 기대를 가질 만한 뭔가를 보여주지 않았겠느냐는 추정이 당연히 나온다. 김씨는 김윤옥 여사의 친언니 행세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올 1월 언론 인터뷰에서 "2003년 내내 (당시 서울 시장이던) 이명박 당선자를 (버스 운영체계 개편문제로) 수시로 만났다. 거의 독대(獨對)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지지조직인 '대선교통연대'를 이끌기도 했다. 대선 후 이명박 당선자와 귀엣말을 나누는 사진이 보도된 일도 있다. 이 정도라면 김 이사장이 한나라당이나 권력 핵심부와 상당한 인적 관계를 맺고 있을 거라고 보는 게 일반의 상식일 것이다. 한나라당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국구 의원 후보가 어떻게 내정되는지 하는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이런 사람이 74세 노인 말만 믿고 30억원이란 거액을 덜썩 내놓았을까.

    이 정부 국정수행 지지율은 20% 고개에 걸려 있다. 이런 마당에 친인척마저 더러운 물을 튀기고 다닌다면 이 정권의 앞날은 암담하다. 검찰이 이번 사건 수사에 조금이라도 의문을 남겨서는 검찰부터 국민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고 정권에도 두고두고 큰 짐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