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일자 오피니언면에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가 쓴 시론 "정부 무능 감추려 불법 눈 감는가"입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솔직히, 고유가 고물가 저성장, 미국 쇠고기 파동에 이은 연속된 과격불법시위, 대통령 중국방문때 중국의 폄하발언, 일본의 집요한 독도침탈의 망발, 미국 지리원의 한국 독도영유권 삭제조치 등 새 정부 들어서 연이은 대내외의 난국적 상황전개로 국민의 심경은 참으로 참담하다. 그것이 원래 한국을 길들이기 위한 장난이었든 정부의 외교무능·불성실 때문이었든, 미국 지리원이 원래의 1977년 표기로 돌아간다는 보도는 그나마 약간의 국민자존심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보면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 모두가 더 잘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지 않으면 결국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지 하는 조바심이 마음을 조인다. 이럴 때 대통령이 나는 휴가 안가고 일하겠다고 '쇼'라도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국민들은 가지고 있다.

    지금 갈길 바쁜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깨어진 법질서이다. 사실 국민의 준법의무는,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헌법에 명문화하지 않았을 뿐, 납세·국방의무와 함께 국민의 3대 의무로 치는 의무이다. 그것 없이는 나라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상응하여 법집행(질서유지)은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일(외교·국방)과 함께 국가의 존재이유가 되는 기본적 책무가 된다. 그런데 보라. 일부 좌파집단에 의하여 거리질서가 난장판이 되고 언론자유가 유린되는데도, 국가 기물이 파괴되고 전경이 린치당하며 발가벗겨지는데도, 공권력(정부)은 '은인자중'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에 집권한 지 몇 달 안 되는 정부 퇴진운동까지 서슴지 않는 과격 집단 이외에 나라가 있는가? 정부는 이들을 빙자하여 그 무능을 감추려는 듯해 보이기까지 한다. 국가기물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산 우리 모두의 재산이요 전경은 국방의무를 필하려는 우리의 아들·형제들이다. 총알이 날아오는 일선도 아닌데, 맞고 다치며 발가벗겨지기까지 하는 부하(우리의 젊은이)들을 보호할 줄 모르는 지휘관(일선 지휘관부터 대통령까지)이라면 지휘관 자격이 없다.

    법질서는 통치비용을 줄여준다. 그래서 독재국가에서도 법질서는 엄히 지킨다.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법질서는 자유와 평등을 지켜주는 수단이 된다. 구성원 각자는 다른 구성원과 평등한 자유를 가지는 것이지 더 우월하거나 저급의 자유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안정된 법질서는 구성원들에게 예측가능성을 주어 믿고 투자하게 만드는, 시장경제의 틀이 된다. 정치·경제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여 선진국이 되려면 안정된 법질서의 확립은 필수조건이 된다. 그렇지 않고도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가르쳐주기 바란다. 법질서의 확립은 정부를 위시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대한민국은 어느 누구의 나라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나라,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 있어 정부는 단호한 지도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그렇다고 미국 지리원의 독도표기 원상회복을 자화자찬하는 것은 삼가 주기 바란다)

    옛말이 틀린 게 없다. 기를 돋아주어야 아이가 잘하게 되는 것이지 계속 못한다고 야단만 치면 아이는 주눅만 든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집안에서 대접해 주어야 밖에 나가서도 대접 받는다. 집안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을 밖에서 누가 대접해 줄 것인가? 밖에 나가 집안일을 큰 소리로 떠들고 다니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 아닌가? 이러한 옛말들을 여야 당 국회의원·정치인 모두들, 특히 촛불시위의 이름을 빌려 국민적 자해행위를 아직까지 하는 시위전문의 좌파세력들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제 과격불법시위는 진력이 났다. 전경의 과잉진압조사를 의뢰해 국제앰네스티를 불러들인 집단들도 부끄러운 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