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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제 18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남북 당국의 전면적인 대화 재개를 제의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예측과 달리 김대중 노무현 정권 하에서 작업된 남북합의를 '존중한다'는 표현은 없었으며 원칙적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 그쳤다.
이 대통령은 다만 "과거 남북 간에 합의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해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지난 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기초로 대북정책을 펴되, 지난 10년 정권의 합의도 정상간 체결된 것인만큼 유사한 수준으로 인정하고 실천방안에 대한 통로를 열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다.
지난 3월 26일 이 대통령은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91년 체결돼 92년부터 효력이 발생했고, 북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 이후 남북정상이 새로 합의한 합의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합의 내용을 '존중한다'는 표현은 애초부터 연설문에 들어있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 복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6자회담의 진전 등 변화한 상황에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록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하더라도 과거 두 정권에서 한 남북정상간 합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며 "다만 이 대통령은 합의 내용을 말 뿐이 아닌 실천이 따라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북측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남북관계도 이제는 새로운 사고, 새로운 방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우리는 호혜의 정신에 기초해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천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용적' 대북정책 기조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특정 정권 차원이 아니라 민족 장래의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국회의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동포애와 인도적 차원에서의 북한 식량난 극복 협력, 국군포로와 이산가족 문제,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군포로와 이산가족 1세대는 이제 70~80대로 접어들었다"며 "이분들이 헤어졌던 가족들과 자유롭게 왕래하고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남북한 모두의 윤리적 책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