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측의 국가기밀 불법 반출 사건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노씨측은 불법 반출 사건과 관련해 1년간 열람 서비스가 어렵다는 국가기록원측의 설명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새 정부에 양해를 구했고, 원본이 아닌 사본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이같은 노씨측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청와대가 3개월여간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씨측은 퇴임 1년 전부터 국가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이관하거나 새 정부에 인계할 것과 하지않을 것을 구분짓는 작업을 벌였으며, 노씨는 모든 자료를 퇴임 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퇴임을 한달여 앞둔 지난 1월 중순에는 청와대 내부전산망인 'e지원 시스템'과 동일한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유령회사를 통한 차명 계약으로 제작해 봉하마을에 설치했고 청와대 메인서버의 원본 하드디스크도 빼내간 것으로 파악됐다.

    ◇ "대통령기록물 지금도 열람 가능" = 노씨측은 자료 반출 핑계로 '전자문서 형태인 자료를 1년간 열람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9일 "현재 기록원은 전직 대통령 전용 열람 시설을 이미 설치했고 방문시 열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기록원은 전자기록물의 장기보존을 위해 영구보존 포맷으로 변환해 관리하므로 기록물 생산 당시의 e지원 시스템과는 열람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즉 노씨측이 주장하는 '열람 편의'는 'e지원 시스템 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미가 된다. 이는 노씨측이 봉하마을에 유령회사를 동원하면서까지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제작해 설치한 이유와 맥이 닿아있다. 노씨가 청와대가 아닌 '봉하대'에서 '사설 청와대 시스템'을 이용해 국가기밀 자료를 활용하려고 계획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소유 기록물을 무단유출해 사적인 열람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특권을 누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전자문서 특성상 원본, 사본은 동일" = 노씨측은 원본이 아닌 복사본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전자문서 특성상 원본과 사본의 차이는 사실상 없다. 흔히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는 전자문서를 생각하면 쉽게 설명이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말하는 '원본'이란 것은 이전 정부 e지원 시스템에 탑재됐던 하드디스크 장치를 말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 관계자는 "전자문서가 외부로 유출된 이상 원본, 사본 논란 여지는 필요 없다"며 "봉하마을측은 원본 하드디스크와 별도 구축된 e지원 시스템 전체를 모두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새 정부가 충분히 협의에 임하지 않아 노씨측 판단에 따라 기록물 사본을 가져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양해할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청와대측은 "청와대나 기록원이 아닌 제 3의 장소로 국가 중요기록물을 가져간다는 것은 협의하거나 양해할 사항이 아니며, 이 건과 관련해 현 정부는 양해한 적이 전혀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기록원 역시 "무단 불법반출건과 관련해 어떠한 사전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반환해도 불법은 남는다" = 향후 처리방향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 대응 방법은 기록원장을 비롯한 관계자가 봉하마을과 접촉한 후 다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록원장이 무단방출된 시스템과 기록물의 반환을 요청할 것이고 그 요청에 대한 반응에 따라 차후 대응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저질러진 부분은 명백하게 불법이다. 불법은 그대로 남는다. (자료를) 반환해도 불법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노씨측이 국가기밀 불법반출을 위해 유령회사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진상 규명 요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e지원 시스템을 방출하기 위해 제 3의 회사를 통해 시스템 제작업체와 차명계약했으며 이 회사는 일반적인 회사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페이퍼 컴퍼니"라며 "'제 3의 회사'는 대표와 직원 등의 실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노씨측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