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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체제가 지난 3일 출범했다. 새 지도부의 임기는 2년으로 이명박 정부의 전반기에 해당된다. 2010년 지방선거도 새 지도부가 치러나가야 할 주요 정치일정으로, 그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4년 박근혜 대표가 집권을 위한 준비 기반을 공고히 한 후 바턴을 강재섭 대표에게 넘겼다. 강대표는 ‘경선, 대선, 총선’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여 새정권의 ‘창업’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몫은 박희태 신임 대표가 이명박 정권의 전반기 ‘수성’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것이다.
현 시점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당의 지지율도 하락세다. 미국산 쇠고기로 비롯된 시위 정국도 시계제로이며, ‘제3차 석유위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상황이 최악의 상황이다.
이처럼 박 대표의 앞에는 험난한 시련과 과제가 놓여 있다. 새 지도부가 이러한 내외의 도전을 극복하고 정치·경제적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 대표의 경륜과 화합력 그리고 정치력이 요구된다.
박 대표는 친이(親李)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당 대표가 됐다. 지도부 구성도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 5명 중 정몽준 의원을 빼면 '친이'가 3명, '친박'이 1명이다. '친이'는 이제 명실상부(名實相符)하게 당내 주류가 됐다.
한(漢) 고조 유방(劉邦)의 상담역으로 ‘문무병용(文武倂用) 정치’를 주장한 육가(陸賈)는 “폐하는 과연 무력으로 천하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릴 수 있습니까?”(馬上征 不可馬上治 마상정 불가마상치) 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
박 대표도 육가의 신념과 같이 대표가 되는 과정은 친이 측의 도움을 받았지만, 당운영은 대통령의 친정(親政)체제로 끌고 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박 대표는 “당내의 계파 갈등을 없애고 당 밖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성공적인 정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듯이, 박 대표가 균형감각을 잃어버린다면 당원의 여망을 받들 수도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권이 처한 위기상황 극복도 어려워 질 것이다.
박 대표는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만한 성품의 박 대표가 청와대에 충분히 쓴 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박 대표는 곧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포함한 당내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박 대표는 비주류 측을 포용하는 탕평인사를 해야 한다. 고소영, 강부자 인사로 첫 단추를 잘못 낀 이 대통령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박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는 새 출발의 각별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경제상황은 어렵고 정권은 동력을 많이 상실했으며, 당은 지방선거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18대 국회는 개원조차 못했다.
박 대표는 ‘관리형 대표’라는 오명을 벗어 던지고 대통령과 정부를 생산적으로 견제하는 ‘독립형 대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표에게는 해결해야 할 ‘3대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당을 ‘화합’시켜야 한다. 당 공천으로 갈라졌던 당내 양대 세력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집안 결속도 안 되는데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또한 당을 ‘소통’시켜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위기가 ‘소통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게 언론의 일반적 평가다. 마지막으로 당을 ‘안정’시켜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2005년 이후 재·보선에서 한때 40대 0으로 연패한 기록이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박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나라당 앞에 많은 어려운 현안이 있지만 우리가 대화하고,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 안 풀릴 일 있겠느냐”면서 한 삽씩 떠서 산을 결국 옮겼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로 자신의 각오를 대신했다.
한나라당 창당 이후 임기를 채운 대표는 전임 강재섭 대표가 전무후무(前無後無)하다. 박 신임 대표가 ‘화합과 소통과 안정’의 세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성공한 대표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