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만에 딸아이와 즐거운 휴일을 보내고 있던 워킹맘 김희애(37세)씨. 문득,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아이를 보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이가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을 쫙 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올해 5살인 정은이는 엄지손가락을 힘겹게 펴기를 반복했다. 손가락을 잡아주니 간신히 손가락을 펼 수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방아쇠 수지’ 라는 증상과 비슷해 정확한 검진을 하려고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우리 몸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손(手)이 하는 역할 또한 너무 중요하여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수 십 개의 뼈와 힘줄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매우 미세한 조직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부상을 당할 위험이 높아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 골프나 테니스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손가락의 힘줄기능 장애라 불리는 ‘방아쇠 수지’ 환자가 많이 늘고 있다.

    손가락 안 펴지는 증상, 방아쇠 수지

    방아쇠 수지는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다시 펴려고 할 때 쉽게 펴지지 않고 약간의 힘을 줘야만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펴지는 증상을 말한다. 마치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저항감이 느껴져 일명 ‘방아쇠 수지’라 부른다. 엄지 손가락을 구부리게 하는 힘줄은 정상적으로 활차라는 터널을 지나게 된다. 이 터널의 크기는 힘줄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데, 선천적으로 터널이 좁거나 힘줄의 일부분이 굵어지면 터널을 통과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손가락 관절이 잘 펴지지 않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억지로 펴려고 해도 안 펴지기도 한다. 엄지 손가락의 아래쪽 손바닥 부분에 작은 혹이 만져지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눌러도 아프지 않다. 반면, 어른의 경우에는 염증에 의한 혹으로 아이들과는 달리 혹 부위에 통증이 심한 것이 다른 점이다.

    아이들이나 요리사, 운전기사들에게 자주 발생

    방아쇠 수지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선천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손가락 움직임이 많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칼을 가지고 오랜 시간 일을 하는 요리사나 테니스 혹은 골프 등을 즐겨 하는 사람들, 운동선수들이 주요 대상이다. 운전을 해야 하는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들 역시 걸릴 위험이 높은 질환이다. 특히, 여자가 남자에 비해 방아쇠 수지에 노출될 확률이 더 높다. 노화와 더불어 여성호르몬의 변화로 면역력이 약해지고 손가락 사용이 잦은 집안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아

    증상 초기에는 비교적 손가락을 펴는 데 강한 힘을 요하지 않는다. 살짝 잡아주기만 해도 쉽게 펴지며 종종 펴지는 데 무리가 없기도 하다. 이 때에는 손가락에 압박이 가해지지 않도록 물건이나 도구를 꽉 쥐지 않아야 한다. 되도록이면 손가락 사용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중기쯤 되면,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펼 때마다 바로 펴기가 힘들고,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걸리는 느낌이 크게 느껴진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1~2주 동안 소염제를 투여하는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손가락을 구부리는 것조차 힘이 들고 통증이 심한 말기에는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를 1~2회 주사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증상의 호전이 없고 재발이 된다면, 활차를 약간 절개하여 힘줄이 움직이는 통로를 늘려 주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아는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만 24개월까지 운동치료를 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권장된다. 바른세상병원의 이광석 원장은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치료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발병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