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토론만 아니었다면 욕설이 오갈 만큼 험악한 분위기였다. 7·3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만난 한나라당 당권 주자들의 얘기다. 1일 SBS 토론회에 참석한 주자들은 상대 후보에 쌓인 앙금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토론이 TV를 통해 생중계 되는 만큼 고성이 오가진 않았지만 상대 후보를 겨냥한 발언은 날카로웠다.

    "박심은 얻지 못한 것 아닌가" vs "박근혜를 잘 모른다"

    박근혜 전 대표가 3일 전당대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심'을 둘러싼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친이명박 성향이자,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가깝다는 평을 듣는 공성진 후보는 친박진영의 좌장격으로 나온 허태열 후보에게 전날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공격했다. 박 전 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정후보 지지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럴 의사가 없다고 못박았다.

    공 후보는 이런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어제 박 전 대표는 한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특정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며 "허 후보가 친박의 좌장격이긴 하지만 박심은 얻지 못한 것 아닌가"라고 물은 뒤 "친박과 박심은 다른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허 후보는 "공성진 후보도 박 전 대표에게 존경을 표했는데 박 전 대표가 누구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박 전 대표를 잘 모르는 것 아니냐"고 받아쳤다.

    친박이 소수파? "소수파는 몇명이냐"

    정몽준 후보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허 후보를 공격했다. 정 후보는 허 후보에게 "왜 자꾸 옛날 얘기를 들춰내세요. 허 후보가 이렇게 얘기했죠. 우리(친박)는 소수파다. 대통령은 우리 한나라당에는 친이, 친박이 없다고 했는데 저는 무소속 독자파가 돼 그런지 허 후보가 부럽다. 몇분이 소수파인지 말씀좀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허 후보는 "정 후보에게 매일 똑같은 질문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자 정 후보는 "소수파가 몇분이에요"라고 재차 물었고 허 후보는 "한 50~60분 됩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그게 어떻게 소수파 입니까. 다수파죠. 저에 비하면 60배인데…"라고 불만을 쏟았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허 후보는 50~60분에게 허 후보에게만 투표하라고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에 허 후보는 "1인2표라 제게만 표를 주지 않는다. 한표는 저를 주더라고 한 표는 정 후보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희태 여러계파 조종받아 공천탈락" vs "대범한 줄 알았는데 말꼬리 잡네"

    선두경쟁을 하고 있는 박희태 후보와 정몽준 후보간의 토론에서는 더 날선 공방이 오갔다. 포문은 정 후보가 열었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나는 계파를 만들지 않았다고 하는데 계파의 영향력 아래 계신 것 아니냐. 여러 계파의 조종을 받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공천에 탈락하셨다고 본다"고 공격했다. 정 후보는 또 "'(박 후보가) 당은 없어져도 대통령은 존재한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말해도 됩니까"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 후보는 "정 후보는 경제말고도 정치도 잘하는 것 같습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참 대범하신분인 줄 알았는데 말꼬리를 잡는다"며 강한 불만도 표출했고 정 후보는 "당원들이 들으면 서운해 할 수도 있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박 후보는 "이제 대표되실 분들인데 좀 큰 것 갖고 (토론) 합시다"고 주문한 뒤 "어디서 그런 거(과거 후보들 발언) 찾아서… 참 부지런 합니다"고 비꼬았다.

    이번엔 박 후보가 역공을 펼쳤다. 박 후보는 정 후보에게 국회 정상화 방안을 물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제가 대표가 되면 통합민주당의 새 대표를 찾아뵙겠다. 그 분들도 제가 알기로는 70% 이상 의원들이 등원을 하자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할 것이냐"고 재차 물었고 정 후보는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등원에 관한 협상을 하는데 도움이 안된다"고 받아쳤다.

    박 후보는 다시 "대야합상전략이 미리 누설되면 안된다는 겁니까"라고 되물었고 정 후보는 "대야협상전략이란 것도 옛날 단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박 후보는 "정 후보가 정당생활을 그렇게 오래 하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당에는 협상카드가 다 있다"고 충고했고 정 후보는 "카드는 있는데 그 카드를 다 보여주면 어떻게 하겠냐"고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