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민주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정부의 장관 고시 관보 게재 방침으로 강경론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 특별 기자회견 이후 등원론이 고개를 들었으나 정부·여당이 이번 주 고시 관보 게재 방침을 정하면서 민주당에서는 다시 '투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칼을 뺐으면 찌르고 들어가야 한다"(주승용 의원)는 주장이 다시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25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정부 관보 게재 방침이 나오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등원 문제를 일임받은 원내지도부는 더 강경해졌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불과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은 '뼈저린 반성'과 '소통'을 얘기했는데 그 대통령이 불과 닷새도 안 지나 국민을 막다른 길로 몰아간다"며 "자발적인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내몰고, (이들을) 국가정체성을 위협하는 반체제 세력을 몰아가며 국민과 정면 대결을 선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보통 비공개로 진행하던 의원들간 토론도 공개했다. 정장선 김성순 의원이 '등원'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이들의 주장에 박수를 보내는 의원은 없었다. 정 의원이 앞서 마이크를 잡은 김우남 의원의 발언을 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유일한 수단은 국회에서 싸우는 것이다. 무조건 들어가자"고 제안했지만 참석한 의원들은 "비공개로 하자" "김우남 의원 얘기는 '등원하자'는 게 아닌데…"라고 했고 사회를 본 서갑원 의원은 "김우남 의원 말씀은 등원이 아니었던 것으로 바로잡겠다"고 했다. 이어진 김성순 의원의 등원 요구도 소속 의원들로 부터 퇴짜를 맞았다.

    이후 마이크를 잡은 의원들은 모두 보다 강경한 투쟁을 요구했다. 그동안 등원을 요구했던 의원들조차도 정부의 관보 게재 방침과 이 대통령의 '국가정체성' 발언으로 투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주승용 의원은 "등원해서 싸우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했는데 지금 내 심정은 그런 게 아니다. 대통령이 반성한다고 하니까 마음이 좀 그랬는데 불과 사흘만에 이 대통령의 오만함이 나오는 것 같고 한나라당은 말바꾸기를 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부겸 의원 역시 "내가 원내외 병행 투쟁을 주장했지만 나도 분노했다"면서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방식의, 아직도 민주화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체화되지 않은 정권에 대해서는 각을 세울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는 민심을 짓밟고, 과거처럼 하면 돌파할 수 있다고 보나본데 그대들의 커다란 착각"이라며 "민주당이 81석 밖에 안되지만 그대들이 우리를 밟고 가려면 밟고 가라. 우리는 모든 것을 걸 각오가 돼 있다"고 큰소리쳤다.

    강경론이 대세를 이루면서 의원들은 강경하고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17대 국회 때 한 번도 발언하지 않았다"고 소개한 뒤 마이크를 잡은 김우남 의원은 "오늘 긴급 의총이라면서 소집해 앉아봤는데 긴급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정부가 관보 게재를 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주장한 재협상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은 다 무효가 된다. 100만 촛불 지원을 받고도 우리 의사가 관철된 게 없다. 논리가 부족했나. 방법이 부족했나. 나는 행동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자성했다.

    김재균 의원은 "나는 광주에서 1000만명 서명운동을 하고 호소하는데 어제 노인 한 분이 오셔서 서명을 해주며 '이 서명 받아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이 따위 서명 받아서 뭣하냐'고 질타를 받았다"고 소개한 뒤 "우리는 막다른 상황에 몰려있다"며 "말로는 안 되고 오늘 이후로 장관 고시 관보 게재가 있기 전까지 우선 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고 소속 의원들은 의원총회 뒤 관보 게재 연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