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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22일 대국민담화 이후 두번째다. 이 대통령은 19일 당초 계획했던 '대국민담화'를 '특별 기자회견' 형식으로 바꿔 국민 앞에 섰다.
13분간 읽은 회견문은 '촛불정국'에 대한 소회로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던 지난 10일 6·10 항쟁 21주년 기념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나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면서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며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했다"고 털어놨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으며 수 없이 나를 돌이켜 봤다"며 자성했다. 현재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이 진행 중인데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우리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분명히 밝혔고 이를 계기로 지금 이 시각에도 양국 대표들이 모여 협상을 하고 있다"며 "국민이 원하지 않는 한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은 결코 없도록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 정부의 확고한 보장을 받아내겠다"고도 했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장관고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부족했던 쇠고기 협상에 대해선 사과 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불가피 함을 역설하고 더 나아가 현 경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34만개의 좋은 일자리가 새로이 생기고, GDP(국내총생산)도 10년간 6%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며 "대통령으로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기회의 문이 닫히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커지자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내게 '일단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고 보자'는 이야기도 했다. '통상마찰이나 국익에 손해가 있더라도 당장 이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했다"면서 "국내 문제라면 벌써 그렇게 했을 것이고, 내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테고 내가 '재협상 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뒤 "그래서 많은 갈등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내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회견문 마지막에 "반드시 경제를 살리고 국내외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며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할 시간이고,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 정부를 믿고 지켜봐 달라. 촛불로 뒤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이 넘치게 하겠다"고 약속했고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