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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승리를 맛 본 통합민주당은 무척 고무돼 있다. 6·4 재보궐 선거 다음날인 5일 서울 당산동의 민주당 당사 6층 회의실은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선거 승리 탓에 당직자들의 표정이 밝았고 여기저기서 축하인사를 주고 받았다. 참석한 당 지도부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이날 당 지도부는 당초 국회에서 열기로 한 최고위원회의 장소를 당사로 바꿨다. 재보궐 선거 당선자들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기 위해서다. 민주당의 이날 분위기는 전날과 확실히 달랐다.
선거 당일인 4일 당사 6층 상황실의 표정은 자당 후보들의 선전에 기뻐하면서도 이를 자제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기 보다 '쇠고기 정국'에 의한 반사이익의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학규 대표 등은 박수를 요구하는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의 요청에도 미소만 짓고 응하지 않았다. 선거결과에 대한 평도 손 대표는 "민주당이 잘해서라기 보다 더 잘하라는, 제대로 야당 역할을 하라는, 야당으로서 서민경제 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하라는 채찍이자 격려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하지만 밤새 이런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민주당의 목소리는 반나절 만에 커졌다. 당선자들은 선거결과를 반사이익 보다 "이 정부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해식 강동구청장 당선자), "이명박 정부의 100일간 실정을 주민들이 심판했다 생각"(이훈국 인천 서구청장 당선장)이라며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이명박 정부의 실정탓으로 돌렸다.
"민주당이 잘 해서라기 보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던 당 지도부도 선거결과를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실정에 있다"(박상천 공동대표)고 했다. 더구나 민주당은 이번 선거결과를 "(국민들이) 대안으로 민주당을 선택했다는 의미가 있다. 민주당은 대안정당으로 선택된 데 자부심을 느낀다"(박상천 공동대표), "열심히 잘하면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주고 우리를 대안세력으로 인정하고 격려를 해준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우리가 갖게 됐다"(손학규 대표)며 이번 선거를 통해 자당이 대안정당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회의를 통해 BBK 사건 관련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다고 밝히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는데 민주당은 이 마저도 "미국 쇠고기 협상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기만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했고 "오히려 이 부분은 한나라당이 사과하고 당사자 의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순서다. 또 (한나라당이 제기한) 기획입국설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의 책임을 모면하고 같이 물타기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포함돼 있어 (한나라당은)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표정관리를 하던 전날과 달리 하루만에 기세가 한껏 오른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정치권 및 언론계와 학계는 물론 국민들의 평도 "민주당이 잘 해서라기 보다"라는 손 대표의 발언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번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이 역대 재보선 투표율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민주당은 목소리를 키울 게 아니라 고개를 더 숙였어야 옳다.
마침 이날은 국회 개원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개원식을 하고 국민이 부여한 의무를 시작해야 할 시간 회의장 밖에서 규탄대회를 열었고 개원은 무기한 연기했다. '쇠고기 파동'으로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민주노동당의 거리시위, 그리고 이들 정당과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에 대한 평이 묻혔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국민이 부여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선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직 갈 길이 먼 민주당이 축배를 들기엔 너무 이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