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또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3일 저녁 일방적으로 청와대를 찾은 이 총재는 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구했고, '기습방문'에 난처해진 박재완 정무수석은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줘 돌려보냈다. 이 총재는 앞서 1일에도 청와대를 찾은 바있다.

    이 총재는 대선과정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총재의 지지를 구하겠다며 지난해 12월 14일, 17일, 그리고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18일 저녁에 박 전 총재의 자택을 찾아갔다. 마지막 방문에서 이 총재는 박 전 대표 비서진도 아닌 자택관리인으로부터 "집에 안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난 후에도 45분간 문앞을 떠나지 않았었다.

    번번이 계속된 이 총재의 '굴욕'은 스스로 만들어낸 상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권 관계자는 "10년간 제 1야당총재를 경험했고, 대선에도 무려 세차례나 출마한 이 총재가 대통령 면담이 즉흥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모를리 없을 텐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3일 청와대 방문은 자당 후보의 6.4재보선 지원유세를 끝낸 이 총재가 느닷없이 "쇠고기 문제가 대단히 위중하다"면서 시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의 상황극 배경에는 '보수야당'으로서 입지구축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쇠고기 논란에서 이 총재는 재협상을 요구하면서도 거리시위 참여는 반대하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야 3당 공조를 이끌어내고도 자유선진당의 존재감은 부각되지 못했다. 17대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실패한 책임에서 벗어나보겠다는 뜻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정당을 주창하고 있는 선진당이 노선차가 분명한 창조한국당과의 야합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위해 '소수야당 대표의 굴욕' 장면을 연출, '약자'의 모습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4일 "이 대통령이 이 총재를 언제든 만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여건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현재 쇠고기 문제를 놓고 야 3당이 공조중인데 야당 대표 중 한분과만 만나는 건 문제로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만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든지 '웰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