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2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들에 대한 재판이 정쟁(政爭)거리가 되고 있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을 각각 비방한 현역 의원 2명에게 징역 2년과 1년을 구형하자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 보복적 수사에 이은 실형 구형은 국민 상식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한다. 고소·고발을 즉각 취하하라는 말도 자주 나온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선거가 끝났으니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자는 셈이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인들은 검찰이 후보 검증을 위한 정치 공방까지 법으로 재단하려 한다고 반발한다. 정당한 정치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정치 보복이고 민주주의를 위해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엄연한 명예훼손이나 악의적인 허위사실 공표까지 정치행위라고 볼 수 없다. 후보 검증이 비방 수단으로 전락하여 선거 풍토가 엉망이 돼온 것이 현실이다. 선거 때마다 민의를 왜곡시키는 비방이나 수단과 방법에 관계없이 이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근절돼야 한다. 이 문제를 정쟁의 차원으로 끌어내려서는 안 된다. 우리 선거 풍토를 뜯어고치기 위해서다. 따라서 정치권의 반발은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압박으로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법원의 고유 영역인 법 해석과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에까지 정치권이 관여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17대 대선 관련 사범 949명에 대한 재판은 불법·탈법·편법이 횡행해 왔던 선거문화 개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우라도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비방은 선거 후라도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생기면 선거 풍토도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