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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단독회동에서 '나는 보수가 아니다'고 발언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청와대 회동 배석자들은 하나같이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민주당 이기우 대표 비서실장은 2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내가 메모한 내용에는 손 대표가 대북문제에 있어서 (이 대통령이) 강경론자로 비쳐지고 있다며 개혁적 입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이 대통령은 '나는 극우적 발상은 안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돼있다"고 말했다. 차영 대변인도 "이 대통령은 '나는 극우가 아니다'고 한 것 같다. '보수가 아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확인 결과, 이 대통령은 '보수가 아니다'는 말을 쓰지 않았다. 일부 '중도 보수다'라고 했다는 표현도 손 대표의 말과 섞여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극우적인 판단은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안다"고 밝혔다. 이동관 대변인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우리가 꽉 막힌 것이 아니라 지금이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조정기일 뿐'이라며 '이번에 미국이 북한에 쌀 50만톤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에는 한국측의 노력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면서 "흔히 '통미봉남'이라고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실용적 대북 정책을 지향하고 남북 경협에 있어서도 북핵 폐기 진전 상황, 우리의 재정 부담 능력, 대북 사업의 경제성, 국민적 합의 등 4대 원칙에 따라 일관성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대화 내용이 잘못 전달되는 일이 발생한 배경에는 소수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회동이 열렸기 때문에 확인 절차가 불분명했으며, 이 과정에서 두 인사의 발언이 혼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한편, 이 대통령은 이 해프닝으로 보수 진영으로부터 큰 '오해'를 살 뻔했다. 한 보수 단체 인사는 "그럼 우리는 누구를 지지했다는 말이냐"며 진영내 반발 조짐을 전했다. 일부 성급한 네티즌은 '나는 교인이 아니다' '나는 한나라당이 아니다'는 식의 패러디를 통해 비꼬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