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대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2시간에 걸쳐 회동을 가졌지만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합의 도출은 이루지 못했다. 이날 오전부터 청와대에서 가진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한미FTA 처리가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이 문제를 미국 쇠고기 수입재개 협상 논란과 연계할 수밖에 없는 '야당' 손 대표의 입장으로 인해 시각차를 좁힐 수는 없었다. 다만 새 정부들어 처음으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국현안에 대한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의미로 평가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회담 분위기는 매우 격의없고 화기애애했다. 손 대표는 그동안 수렴한 국민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했고 이 대통령은 주로 경청했다"고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은 손 대표를 "전형적으로 소신을 가진 정치인"이라며 신뢰감을 여러차례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17대 국회 회기 내 한미 FTA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데 주력했고 손 대표도 원칙적 찬성 입장은 표명했다. '야당 대표'인 손 대표는 "나는 일관되게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한미 FTA 비준 문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쇠고기 협상 때문에 FTA문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대통령의 직접 사과 등의 조치를 주장했다.

    손 대표가 선결조건으로 내건 쇠고기 재협상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발표되는 한미 양국의 추가협의에 △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 특정위험물질(SRM) 범위 재조정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점을 언급하며 "사실상 재협상"이라며 협조를 구했지만, 손 대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못지않게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정서법'을 거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도층이 열정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손 대표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손 대표가 야당 대표로 있는 17대 회기 내에 한미 FTA가 타결되는 것이 '정치인 손학규'가 시대적 사명을 다하는 게 아니겠느냐"며 완곡한 설득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이 대통령의 한미 FTA 처리 요청을 손 대표가 사실상 거부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이 대변인은 "거부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손 대표도 '지금 상황에서 밀어붙이기가 어렵다'면서 근거로 든 것이 재협상이었다"면서 "오후에 발표될 추가협의 내용이 밝혀지면 야당에서도 다소 입장변화가 있지 않겠느냐. 이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제기준과 상식을 지키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는데 일본에는 '정치는 한 치 앞이 깜깜하다. 암흑이다'는 말이 있다. 예단은 자제해 달라"며 기대를 놓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한미 FTA는 국가적 과제이고 여야를 초월해야 한다"면서 "한미 FTA  처리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