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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가 2선 후퇴를 발표하면서 통합민주당은 벌써 '포스트 손학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차기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이명박 정권 집권 초반 제1 야당의 선장 자리인 만큼 민주당으로선 이 자리에 누가 앉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대선 참패에 이어 총선까지 실패한 민주당에게 이번 전당대회는 정권탈환을 위한 첫 시험대인 셈이다.
'포스트 손학규'로 거론되는 인사는 7~8명인데 이들의 이념적 칼라가 확연히 구분돼 '누가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당 이미지와 노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손 대표가 당권을 쥔 뒤 우클릭 한 당 노선의 변화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대표 후보군 부터 살펴보면 17대 총선에서 탄핵역풍으로 낙선한 뒤 재입성한 추미애 당선자와 4선 고지에 오른 정세균 의원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추 당선자의 경우 옛민주당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색채가 없다는 점, '추다르크'라는 별명에서 볼 수 있듯 강력한 야성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있다. 정 의원의 경우 부드러운 이미지에 정치경험이 풍부하다는 점 때문에 '화합형 체제 정비'의 적임자로 꼽힌다. 비슷한 컬러의 문희상 원혜영 의원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친노무현 색채가 강한 천정배 의원의 당권 도전도 유력시 되고 있다. 손 대표 지지그룹이며 수도권 소장그룹인 김부겸, 송영길 의원도 후보군에 올라있다. 여기에 현 공동대표인 박상천 대표와, 정균환 최고위원, 광주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주선 당선자도 거론된다.
이들 간 힘의 세기는 아직 예단하기 힘들다. 당내 대주주인 정동영.김근태계가 이번 총선을 통해 와해되면서 뚜렷한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누가 이명박 정권 집권 초반 제1 야당 선장의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느냐와 이들이 제시할 '당 노선'과 '정체성' 중 어느 후보의 것이 당 지지층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느냐다.
후보군들이 총선 뒤 곧바로 '정체성'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박상천 대표는 11일 손 대표가 참석한 지도부 회의에서 수도권 특히 서울지역의 참패 원인을 "당의 정체성, 정책 노선이 선명히 부각되지 못한 것"으로 규정했다. 지금의 당 노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개혁성향이 강한 천정배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정체성이 희미했다. 누구를 뽑느냐가 아니라 새 대표가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당권 경쟁 과정에서 '정체성'과 '당 노선'투쟁을 예고한 대목이다.
민주당은 손 대표가 들어서면서 당의 노선을 우클릭했다. 대선과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의가 더 이상의 '좌클릭'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민주당 역시 깨닫고 있지만 '제1 야당'으로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어떻게 꾀할지가 고민이다. '포스트 손학규' 후보군들이 당권경쟁 시작과 동시에 '정체성' 들고 나온 만큼 '당 노선'에 대한 논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어떤 방향을 잡고 향후 5년을 준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