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2일자 사설 '정치권 기웃거리다 대학 못 돌아가게'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울대 교수 80명이 최근 대학당국에 교수들의 무분별한 정치 참여를 규제하는 ‘폴리페서 윤리 규정’ 제정을 촉구했다. 대학 측이 대책 마련에 나섰고, 교육과학부가 관계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갈등을 겪고 있는 일부 사립대학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4년마다 총선을 전후해 폴리페서(정치와 교수의 합성어로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정치권에 뛰어든 사람) 문제로 학원이 어지러운 것이 계기가 됐다. 교수의 정치 참여는 제한을 두는 것이 옳다. 교수가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데는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도리와 엄한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정계 진출은 전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정치 참여의 권리가 있고, 자신의 전문성을 정치라는 틀에 담아 현실화시키면 국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들의 양다리 걸치기 행태다. 당선되면 정계로 진출하고, 낙천·낙선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안 된다. 연구와 강의에 몰두하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동료 교수들의 자존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학기 중에 교수가 교체되고 지도교수를 바꿔야 하는 학생들의 학습권 훼손도 심각할 수밖에 없다.

    선관위에 따르면 16대 55명, 17대 72명, 18대 46명(명예·객원 교수 포함)의 교수가 총선에 출마했다. 지난 대선 때 특정 후보 캠프 주변에서 활동한 교수가 1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대학을 11년째 휴직하고 의원직을 유지하는 정치인도 있다.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상원에 진출하기 직전 시카고 대학 교수를 그만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공직을 시작하며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선진국 일류 대학들은 교수가 공직에 진출할 경우 2년까지만 휴직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복직하려면 당연히 신규 임용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수가 선출직 공무원에 당선되면 임기 동안 자동적으로 휴직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교육공무원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공천·출마와 관련한 구체적인 휴직·퇴직 규정도 엄하게 정해져야 한다. 정치권을 기웃거리다 사정이 여의치 못하면 대학으로 돌아가는 풍토는 더 이상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