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당 당선자 복당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정면충돌해 당권경쟁과 맞물리면서 내홍이 또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강 대표는 11일 복당여부와 관련해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총선 직후 인위적 정계개편을 경계한 반면, 박 전 대표는 "빨리 받아들여야한다"며 당 지도부와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선거가 끝난 지 불과 이틀도 지나지 않아 대부분 당선자들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당선사례를 하는 시기에,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자파 당선자들이 모여든 자리에서 나온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기습적'이라 볼 수 있다. 또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은 당청 정례회동을 통해 "앞으로 당내 문제는 지금처럼 강 대표가 중심이 돼서 당을 추스려달라"며 강 대표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준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날 오전 부친상을 당한 강 대표는 대구 경북대병원에 빈소를 마련했으며, 박 전 대표도 탈당 친박파 당선자들과 함께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강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친박연대의 '당 대 당' 통합 요구에 대해 "그것은 정계개편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는 민심을 왜곡해선 안된다"면서 "앞으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자유선진당과 통합하는 것이나 친박연대와 통합하는 것이나 모두 똑같은 개념"이라면서 "정당을 깨고 합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또 무소속 영입 여부에 대해서도 "당장 순수 무소속 4-5명을 받아들이는 것이야 쉽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 157석을 넘겨 전체 상임위를 장악하려고 꼼수를 썼다며 '공작정치' '강압정치'라고 비판받을 것"이라며 "탈당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도 지금으로선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총선 기간동안 대구 지역구에 머물던 박 전 대표는 이날 친박연대 및 무소속 친박계열 당선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께서 국민의 심판을 받으셨기 때문에 당연히 당에서 받아들여야 된다"면서
"만약 받지 않겠다면 그것은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번 총선을 통해 민심이 이렇게 나타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따라서 민의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박 전 대표는 더 나아가 "요즘 보니까 당선된 분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선별적으로 받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선별적으로 하는 것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은 애당초 공천을 어떤 의도를 갖고 한 것과 동일한 이야기가 된다는 뜻이고 잘못된 공천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격인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은 브리핑에서 "행동을 통일하기로 결론을 냈다. 무소속 연대나 친박연대 관계 없이 행동을 통일하기로 했다"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박 전 대표의 기습적인 주장에 친이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친이성향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만든 당헌당규에 따르면 명백한 해당행위가 아니냐"면서 "원칙주의자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되나"고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 당 지도부나 친이측 의원들은 주말이 지난 시점에서 별도의 대응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립성향의 박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압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복당문제는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정치적 판단을 해야한다"고 말해 시기적 차이를 보였지만 복당에 유연한 입장을 나타냈다. 박 의원은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의 울타리를 크게 키워야한다"며 "(친박인사들의) 탈당은 정치상황에 의해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탄력성있게 생각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국민들이 정해준 대로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면 무소속으로, 친박연대로 당선됐으면 친박연대로, 한나라당으로 당선됐으면 한나라당 이름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복당 논란은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박 전 대표가 '복당은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국민의 뜻이 복당하라고 당선시킨거냐"며 "국민이 (총선에서) 선택한 것을 한나라당에 복당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