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10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4·9 총선에서 개헌저지선 확보에 실패했고 본인 선거(서울 종로)마저 패하며 한 숨을 돌린 뒤 향후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손 대표는 생각보다 빨리 입장을 정리했다.

    가장 큰 관심은 손 대표의 7월 당권 도전 여부였는데 그는 이날 회견을 통해 불출마의 뜻을 밝혔다. "내 역할은 총선까지였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었다. 회견문에서는 "대표로서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지만 준비를 위한 체제나 책임을 달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책임을 벗겠다. 당 대표 경선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가 거둔 이번 총선 성적표를 못마땅해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손 대표에게 책임론을 지워 지도부 교체를 요구할 분위기는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개헌저지선을 목표로 했지만 내부에선 70석 정도를 전망했고 80석만 넘어도 선전한 것으로 봤다. 각 방송사 출구조사가 나왔을 때만 해도 80석이 힘들 것으로 봤고 투표율이 낮아 경합 지역을 모두 뺏겨 70석도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81석을 얻었다. 만족할 만한 의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전했다'는게 민주당 내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손 대표도 이날 회견에서 "야당으로서 정부와 거대 여당에 균형을 잡는 책무를 수행할 만큼의 최소한의 힘을 실어줬다"고 총선결과를 평했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개헌저지선 100석을 목표로 삼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정치현실을 감안할 때 국민이 사실상의 희망과 요구는 충분히 들어주신 것"이라고도 했다.

    영남에서 2석을 확보하는 등 전국에서 의석을 확보하며 유일한 전국 정당 틀을 갖춘 점에 대해선 높이 평했다. 손 대표는 "부산 경남과 같은 영남 지역에서 2석을 확보하고 충청도와 강원도, 제주도 등에서 선전함으로써 민주당이 18대 국회의 유일한 전국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회견 뒤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도 그는 "사실 영남 지역에서 한 석이라도 건진다는 것이 '과연 될까' 하고 마음 졸이면서 기대를 했지만 사실 '그게 되겠나' 했고 충청도 특히 충북의 경우 내가 당 대표로 취임했을 때 자유선진당이 생기면서 전부다 그쪽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염려가 컸었는데 거의 대부분 당선됐다"면서 결과에 흡족해 했다.

    박상천 공동대표 역시 "목표인 개헌저지선을 이루지 못했지만 81명이라는 제1 야당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의석을 얻은 것은 국민이 질책과 함께 버틸 바탕을 마련해준 것"이라 평가했고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도 "대선이 끝난지 얼마 안되고 새 정부 출범 직후, 당 조직정비가 안된 최악의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으나 민주당이 전국 제1 야당으로 거듭날 발판을 마련해 준 국민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81석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연거푸 있었던 보궐선거와 대선 참패를 생각할 때, 그때의 혹독했던 민심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의석이 아니다"면서 "내가 오랫동안 정치를 했지만 야당 시절 81석을 넘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