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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7일 사설 '국회의원이 국민의 상전인 줄 아는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울 마포을(乙)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정청래 의원이 선거구 내 한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2일 오전 선거구 안에 있는 초등학교 부근에서 학부모 100여명이 녹색어머니회 출범식을 하려는 곳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려다 김모 교감이 제지하자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 바로 옆에 있었던 한 학부모에 따르면 정 의원은 김 교감에게 "교감이 현직 의원에게 건방지다.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것도 거만하다"며 "당신(김 교감)과 교장을 자르겠다"고 했다 한다. 그후 김 교감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계속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결국 정 의원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김 교감은 복통을 일으켜 입원했다고 한다.
이 일이 한 신문에 보도된 후 본지는 정 의원과 김 교감에게 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모두 연락 두절이다. 정 의원이 기자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만, 피해자인 김 교감이 언론과 접촉을 끊은 것은 압력 때문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두 사람 간의 실랑이가 있은 후 학교 교장과 다른 교감이 정 의원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교장·교감이 정 의원에게 재차 사과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교감이나 학교가 정 의원에게 사과할 게 없다. 학교측은 정 의원의 행사장 진입만 막은 게 아니라 다른 당 선거운동원들의 진입도 모두 막았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정 의원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다. 정 의원이 금배지를 국민 위에 군림하는 완장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벌어질 수 없다.
더구나 지금은 후보들이 땅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선거운동기간이다. 한 표 찍어달라고 읍소(泣訴)해야 할 판인데도 이러니 당선되고 나면 어떨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정 의원은 과거 국회의장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본회의로 넘기지 않는다 하여 국회 최고 원로인 의장을 향해 "심신상실(心神喪失)"이라고 했던 사람이다. 이제 보니 마음과 정신이 정상이 아닌 사람은 다름 아닌 정 의원 본인이었던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