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면 죽는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과 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가 정치생명을 건 한판을 겨루고 있는 서울 동작을은 '예비 대선전'을 방불케하는 4·9총선 최대 관심지역이다. 내리 5선을 지낸 울산을 떠나 상경한 정 최고위원은 당권도전에 뜻을 밝히며 '큰 꿈'을 위한 새로운 첫발을 내딛었고, 정 후보역시 지난 대선 참패를 딛고 재기를 꿈꾸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당초 정동영 후보가 '안전한' 지역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당 안팎 비판까지 나왔지만 정몽준 최고위원의 전격적인 출마로 단번에 판세는 요동,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최고위원이 정동영 후보에 20%포인트 가량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호남출신 유권자가 많고 17대 총선에서도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라는 점과 대선주자급들의 대결인 만큼 정치현안이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막판까지 양측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양 진영에서는 최근 정동영 후보의 사무실 문짝이 뜯겨져 나간 것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정동영 후보가 홈페이지를 통해 정몽준 최고위원을 의심하는 듯한 메시지를 알려 후보자 비방과 허위사실 공표에 나섰다"면서 "BBK사건 등 지난 대선에서 네거티브에만 혈안이 됐던 정 후보가 똑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동영 후보가 사무실 개소식에서 "동작구의 서민과 중산층의 꿈을 좌절시키려는 집단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자율형 사립고, 특목고 유치 도서관 건립 등 교육공약과 함께 공공 보육시설 대폭 확충, 다목적 문화복지시설 건립 등 복지공약을 내세웠다. 또 사당동 뉴타운 지정추진, 상도, 동작동 재개발 사업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흑석동 뉴타운의 원활한 마무리를 약속하며 '일할 수 있는 여당후보'임을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말로만 '서민 서민' 하면서도 서민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고, 정말로 서민을 잘 살게하고 중산층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정치인이 있다"며 자신의 강점을 부각했다.

    정 최고위원은 출정식에서 "지역감정을 일컬어 망국병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정치인들이 계속 정치판에 있는 것은 유권자들이 동정표를 주기 때문"이라며 지역내 호남정서 발동을 경계했다. 대한축구협회장으로 더욱 유명한 정 최고위원은 정치와 축구를 적절히 비유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친밀감을 주고 있다. "총선은 친선축구경기가 아니라 국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라거나 "축구에서도 페어플레이가 중요하지만, 정치도 마찬가지"라며 경쟁자의 네거티브 전략을 차단했다. 정 최고위원은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만큼 강재섭 대표와 함께 수도권 지원유세에도 적극 합류할 방침이다.

    예상보다 큰 지지율 격차에 정동영 후보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당의 요청으로 손학규 대표와 함께 서울 동반출격을 했지만 정몽준 최고위원을 만나면서 당초 계획은 전면 수정된 상황이다. 인지도가 높고 대중성이 있는 정 후보는 자신의 선거는 물론 타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까지 계획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본인의 선거운동만으로도 벅찬 형국이 됐다.

    정 최고위원이 '재벌가'라는 점에서 정 후보는 '서민후보 대 재벌후보'라는 대결구도를 만들려 했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정 후보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이 지역의 교육과 주택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정동영식 교육·주택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그는 '국제교육특구'추진을 통해 이 지역을 대한민국 최고의 공교육 1번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흑석 뉴타운과 상도동 재개발지역에 국제고등학교 및 우수 공립고 설립,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국제어학센터 및 세계 언어 체험관 설립,▲ 경문.동작고의 업그레이드 등이 구상의 밑바탕이 될 공약이다. 주택분야도 사당동과 동작동 뉴타운 사업을 주요공약으로 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도 최근 당에서 쟁점화 시킨 '한반도 대운하'문제를 이슈화 하고 있다. 대운하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큰 만큼 이를 고리로 '견제 야당론'을 내세워 불리한 선거전을 돌파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거리유세에서도 "한나라당이 과반을 넘는 거대 여당이 되면 국회가 열리자마자 대운하 특별법을 추진할 것이고 대운하를 막으려면 최소한 3분의 1의 민주당 의석을 만들어야 한다"며 "동작을에서 밀리면 대운하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정몽준 최고위원에게도 대운하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뒤쫓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동영 후보는 굵직한 선거경험이 많아 막판 역전을 자신한다. 특히 '지상전'에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 정 후보는 지역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