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당'이란 꼬리표가 붙어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대선 후보 중 재산이 가장 많았다.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은 아니다'란 지적이 항상 따라다니는데 21일 이명박 정부의 첫 각료들의 재산이 공개되면서 이런 의구심은 더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 첫 각료들의 재산은 39억 1300만원으로 노무현 정부 초대 내각의 평균 재산액인 11억 200만원 보다 4배 가까이 많다. 이 당선자 측에선 "단순히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며 한나라당도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 많은 게 죄냐. 부정하게 축적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여러 차례 검증을 거친 만큼 이상하게 볼 필요가 없을 것"(안상수 원내대표)이라 주장하지만 통합민주당은 이를 정치 쟁점화 시킬 태세다. 대선 후보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했던 이 당선자는 물론 정몽준 의원까지 가세하며 '부자당'이란 이미지 강한 한나라당으로선 총선을 앞두고 '재산 문제'가 쟁점화 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의 22일 브리핑 첫 마디는 "오늘 아침 신문을 받아든 국민들은, 아침 뉴스를 보던 국민들은 절망했다"였다. "이명박 정부의 새 내각 후보자들의 재산이 평균 38억"이라는 멘트가 뒤따랐다. 우 대변인은 "가장 많은 분은 전국 40여 군데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평균적으로 한 사람의 장관 후보자가 3~4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국민들이 절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필이면 이렇게 땅 부자로만 첫 내각을 구성한 이유가 무엇이냐. 너무한 것 아니냐"고 이 당선자에게 따졌다.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고도 했고 "아니면 일부러 대통령 당선자도 땅 부자니까 아예 컨셉트로 가져간 것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우 대변인 역시 "물론 땅이 많다고 해서 모두 지탄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상징을 볼 때 서민층과 중산층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역설했다.

    그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너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대체로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분들은 재산 형성과정에서 한두 건씩 반드시 문제가 있었던 것을 볼 때 새로운 정부의 첫 내각에 대해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가'하는 회의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선 "이 분은 여성부 장관이 아니라 '부동산 장관'이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많다"면서 "80년대 초 복부인모임에서 대표 격인 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내정자는 자신의 명의로 서초동 삼풍아파트(14억4400만원) 외에 오피스텔 세 채와 단독주택 한 채 등 모두 다섯 채를 갖고 있고 아들 명의의 오피스텔 한 채까지 포함하면 모두 여섯 채의 집을 가진 '집부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 대변인은 "하나하나 말하기 너무 많다"면서 "국민들에게 이런 위화감을 조성해 어쩌자는 것인지 걱정"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과연 이 내각이 이렇게 땅 부자로 구성되면 서민 정책을 입안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며 "이 분들이 펼치는 부동산 정책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 이 분들이 지역을 개발한다고 하면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우 대변인은 "향후 청문회에서 이 분들의 재산 형성 과정을 철저히 추적해 하자가 없었는지 명쾌히 밝히겠다"고 경고한 뒤 "이 당선자에게 충고 드리고 싶다"며 "정말 국민들이 볼 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느냐. 다른 분을 찾아 재지명해주는 것이 국회와 국민에 대한 예의 아니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