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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결국 한발 물러섰다. 극한 대치 상태였던 정부조직법 개편 처리 문제에서 손 대표는 쟁점이 된 해양수산부 폐지를 사실상 양보했다.
손 대표는 20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밤 측근들에게 "밤 사이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한 뒤 이날 새벽 5시 30분 우상호 대변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결심이 섰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긴급 회견이 준비된 것.
손 대표는 밤새 한 잠도 못잤다고 한다. 회견장에 들어서는 손 대표의 표정은 어두웠다. 회견 예정시간 보다 2분 빨리 도착한 손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문 채 회견장으로 걸어갔고 6분간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곧바로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손 대표 측에선 "손 대표의 대승적 결단" "우리의 양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손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국민을 위해 매듭을 풀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이 당선자에서 비롯됐다고 떠넘겼다. 손 대표는 "이 당선자의 독선이 파국을 불러왔지만 국민을 위해서는 상대방 잘못만 따지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양보 배경을 설명했다. 해수부 폐지에 대해서는 "내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고 이 당선자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조직법 개편을 흥정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정부조직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아무리 효율과 능률이 중시되는 사회라고 하더라도 국가를 전적으로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 내가 지키고자 한 원칙이었다"고 강변했다.
"손 대표가 정부조직 개편안 문제를 총선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한나라당 주장을 손 대표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우 대변인은 손 대표 기자회견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손 대표도 말했지만 총선때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새 정부 출범 전 이 당선자와 원만한 협의를 할 계획이었는데 총선만 생각했다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손 대표도 말한 적 있다"고 말했다. "총선 운운한 것은 한나라당의 오버고 애초부터 총선에 이용하려는 야당이 아니었다"고 못박았다.
손 대표측은 공을 이 당선자에게 돌렸다. 손 대표는 김효석 원내대표에게 협상 전권을 넘겼는데 이제부터 협상에 차질이 생긴다면 이는 모두 이 당선자와 한나라당 탓이란 게 손 대표 측의 주장이다. 우 대변인은 "우리로서는 상당히 대승적 결단을 했고 이런 결단에 대해 협상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솔직히 최근 일련의 흐름은 우리가 이런 대승적 결단을 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는 "정동영 전 후보를 소환하겠다고 밝히고 연일 당선자부터 집권여당 대변인까지 입만 열면 '손학규 빠져라' '손학규 때문에 안된다'고 비방했다. 이 당선자도 내각명단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협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럼에도 대승적 결단을 했기에 결단의 의미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