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 개편 처리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표에겐 고민이 또 있다. 바로 '인재영입'이다. 손 대표가 구상한 '당 쇄신'과 '공천'의 밑그림은 '인재영입'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취임 후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손 대표는 취임 뒤 당을 총선체제로 전환하면서 1순위를 '인재영입위원회' 구성으로 택했다. 손 대표 스스로도 "외부인재 영입을 통해 하겠다"(1월 18일 서울 번동 중학교 방문에서 기자들과 만나)며 '인재영입'을 통한 당 쇄신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 기반이 취약한 손 대표로선 인위적 '물갈이' 보다 일단 내부를 끌어안으며 '외부 수혈'을 통해 안정적 변화를 모색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인재영입'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많은 우려 속에 출범했지만 손 대표 체제는 비교적 안정을 찾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외부 수혈'을 통한 당 쇄신에는 어려움을 겪고있다. 회의적인 총선 전망으로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1월 중순 경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영입해 구성하려던 '인재영입위원회'는 2월 11일이 되서야 틀을 짰다. 마땅한 위원장을 찾지 못해 결국 손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았고 당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이 위원회에 참여했다. 접촉했던 외부인사들의 고사로 영입 작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위원회 구성이 아직 완료된 것도 아니다. 민주당과의 통합이 마무리 되면 민주당 측 인사들의 합류도 있을 것이란 게 우상호 대변인의 설명이다. 

    손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쓴 인재영입 계획이 시작부터 틀어진 것이다. 당 관계자는 "솔직히 잘 안 된다"고 털어놨다. 손 대표와 손발을 맞출 지도부에도 참신한 외부인사를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실패해 결국 내부인사로만 채웠다. 지난달 17일 7명의 최고위원을 임명하면서 손 대표는 강금실 박홍수 전 장관을 외부 영입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우 대변인은 '외부 인사 영입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비판에 "당 사정을 전혀 모르는 외부 인사가 오면 사실상 얼굴 마담 밖에 안 된다. 그 분들은 인재영입을 통해 부각시키는 것이 맞다"고 해명을 해야했다.

    더 큰 문제는 인재영입이 총선 성적표를 좌우할 '공천쇄신'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참신한 새 얼굴은 물론 인지도가 높은 외부인사를 전면에 배치해 총선 국면을 정면 돌파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었는데 영입작업이 만만치 않아 손 대표는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과의 통합, 공천심사위 구성 등 굵직한 문제를 비교적 순탄하게 처리했지만 손 대표 측에선 "인재영입이 가장 먼저였는데..."라며 아쉬워하는 눈치다. 

    당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단골 영입대상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이사회 의장 등과 손 대표와 친분이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 김지하 시인 등이 거론되고 있고 모 언론에서는 방송인 손석희씨를 영입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는 후문도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이 높다. 최근 이 당선자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고 통합신당이 민주당과 합당에 성공하면서 여론의 변화 감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나라당의 지지율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만큼 당내에서는 '누가 오려고 하겠느냐'는 목소리가 많다.

    통합신당도 19일 부터 공천을 시작한다. 그러나 손 대표가 직접 키를 잡은 '인재영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손 대표가 14일에는 당의 불모지인 대구를 찾아 '전국정당 복원' 구상을 밝힌 뒤 영남 지역 인재의 영입의사도 밝혔다. 당에는 영남권 인재영입을 위한 특위도 구성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당선자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손 대표가 인재영입에 얼마만큼 성과를 낼지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큰 상황이다. 더구나 5년 뒤를 준비 중인 손 대표의 향후 정치적 입지와도 무관치 않아 시간이 갈수록 손 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