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표의 기싸움이 한창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문제지만 이들의 힘겨루기를 한꺼풀 벗겨보면 정작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이 당선자나 손 대표가 지향하는 '이념 좌표'는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실용'을 강조한다.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같은 시기에 수도권 자치단체장을 한 탓에 정치보다 경제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는 경향이 짙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필요성에도 두 사람은 공감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 당선자가 처음 새 정부의 틀을 공개했을 때 당의 '선명한 야당' 주문에도 손 대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런데 이런 기류에 큰 변화가 생겼고 두 사람은 크게 충돌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단이었지만 두 사람은 '회동' 문제를 두고 기싸움을 하고 있다. 이 당선자가 개편안 처리를 위해 회동을 제안했는데 손 대표는 거절했다. 손 대표는 이 당선자가 사전 통보 없이 언론에 회동 계획을 알린 것은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며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한다. 그러자 이 당선자는 전화를 걸었다. 이 당선자는 손 대표에게 협조를 구했다고 했지만 손 대표는 이 당선자가 사실상 설득이 아니라 압박했다며 전화통화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당선자는 손 대표의 경고에도 다시 언론을 통해 손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했다. 손 대표는 재차 거절했다.   

    '회동'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크게 다르다. 이 당선자는 협상의 최종 키를 쥐고 있는 자신과 손 대표가 직접 만나 해결하길 원하는 모양새다. "만나서 의사를 분명하게 말하면 되는 것 아니냐"(안상수 원내대표)는 것이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 당선자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칼자루를 쥔 이 당선자가 카드를 제시해야 하고 그 방법 역시 언론이 아닌 손 대표에게 먼저 알려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가 계속 '회동' 계획을 언론을 통해 알리는 것을 손 대표는 '언론플레이'라고 본다. 손 대표는 우상호 대변인을 통해 "정치장난 그만 둬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이 당선자도 한나라당의 입을 빌어 "오만하다"고 받아쳤다.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가장 첨예한 시기에 대척점에 섰다. 정부조직의 틀을 어떻게 짜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이 당선자의 임기 5년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당선자로서는 밀릴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5년 뒤를 바라보고 독배를 들고 줄타기까지 하고 있는 처지에 시작부터 이 당선자에게 밀린다면 입지는 크게 위축되고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사라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 두 사람의 최종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