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을 바라보는 정가의 관심은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대표가 과연 당을 장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와 최악의 조건에서 맞는 4월 총선에서 받을 성적표에 쏠려있다. 첫 시험대에 오른 손 대표가 이런 난관을 헤치고 4월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는다면 그에겐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다. 손 대표의 최측근이 된 우상호 대변인은 그의 대표직 수락을 "독배를 드는 것"이라 비유했다. 대선 참패 뒤 계파별로 찢겨진 당을 추스르는 것과 동시에 당의 색깔까지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도 촉박하다. 독배를 들고 당 화합과 쇄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4월 총선이란 높은 장애물까지 넘어야 한다.
손 대표는 지난 17일 7명의 최고위원을 임명하면서 지도부를 꾸렸고 당을 총선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아직 손 대표 체제의 안착 여부를 평가하긴 이르지만 그가 비교적 빠르게 당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 때문에 당 일각에서 '정체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손 대표의 발목을 잡을 만큼 영향력이 크진 않다는 평이다. 친노그룹 조차 "손학규 체제가 안착해야 한다"(김태년 의원)고 말한다. '정체성'논란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당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까지 치른 마당에 '한나라당 출신'을 문제 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평가고 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더 이상 이탈하는 분(친노 의원)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손학규 추대론'에 강하게 반발했던 '쇄신파' 역시 당 내부로 겨눴던 총구를 밖으로 돌렸다. '일단 두고 보자'는 게 이들의 입장이지만 모임 초반 19명까지 불렸던 세는 급격히 줄어 현재 5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공천을 앞둔 상황이라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자칫) 공천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해 나서기를 꺼려한다"(정성호 의원)고 한다.
경선을 요구하며 '손학규 추대'에 법적대응까지 주장했던 정대철 상임고문은 손 대표의 취임식에 참석해 협력할 뜻을 밝히며 일찌감치 꼬리를 내렸다. 이해찬 유시민 의원의 탈당으로 집단탈당까지 전망됐던 친노그룹은 당 잔류를 택했고 자유신당 행을 두고 고민 중이던 충청지역 의원들도 손 대표를 만난 뒤 당 잔류에 무게를 뒀다.
손 대표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최고위원에 합류시키며 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의 반발과 이탈을 막는데도 일단 성공을 거뒀다. 강 전 장관은 손 대표의 최고위원직 제안에 막판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손 대표도 강 전 장관 합류를 위해 당초 계획했던 최고위원 인선 발표를 하루 연기하기도 했다. 당내 최대계파를 갖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측도 박명광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며 흡수했다. 특히 정 전 장관 측의 총선예비출마자들은 공천을 위해 손 대표에게 대표 선출 이전 부터 줄을 댔다는 후문.
손 대표가 제시한 당의 새 노선에 대한 불만과 당 쇄신 방향에 대한 당 내부의 구체적인 합의가 없어 내홍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러나 '반 손학규' 진영은 이처럼 몸을 낮추고 있다. 바로 '공천'때문인데 정체성과 이념을 두고 논쟁을 벌일 시간적 여유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정 의원의 말처럼 이들에겐 내심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자칫) 공천을 받지 못할까봐"하는 우려도 있다. 새 대표 선출 전 가장 논란이 됐던 '인적청산' 문제를 두고 손 대표가 한 발 물러선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호진 당 쇄신위원장이 현역 의원 50여명의 물갈이를 주장했지만 손 대표는 18일 MBC 라디오'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쇄신은 내쫓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바꿔나가는 것"이라며 입장차를 나타냈다. 손 대표는 "특정 인사를 카테고리로 묶어 배제하는 게 아니라 인재 영입을 통해 쇄신하겠다"며 '친노그룹 2선후퇴론'과 당·정·청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에 대해 무조건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물론 손 대표 체제가 안착할 것이라 예단하긴 어렵다. 그가 새 지도부를 계파와 노선을 안배한 화합형으로 구성한 만큼 향후 지도부 내에서도 개혁과 실용 논쟁에 휘말려 구심력을 잃을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17일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부터 개혁과 중도실용 노선을 두고 최고위원(강금실·홍재형)간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 손 대표 체제 안착의 분수령은 2월 국회에서의 정부조직법 처리 과정과 공천심사위 구성 및 외부인사 영입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