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0일자 오피니언면에 이달원 경림 R&C대표('시민단체, 희망인가 덫인가' 저자)가 쓴 시론 '시험대에 선 우파 시민단체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003년 1월 노무현 당선인은 진보좌파 시민단체 연합기구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하례식에 참석하여 "시민단체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다"며 축사를 하였다. 2007년 12월 이명박 당선인은 보수우파 시민단체 연합기구인 '선진국민연대' 송년회에 참석하여 "여러분은 (나의)영원한 지지자이며 동반자다. 5년 동안 잘해보자"며 답례인사를 했다.

    '사람 팔자 돌고 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다. '권불 10년'이라던가? 권력이 바뀌고 시민단체의 처지도 바뀌고 말았다.

    한때 국민신뢰도와 사회적 영향력이 1위에 달할 정도로 막강했던 진보좌파 시민단체는 이번 대선이 진보좌파 세력에 대한 국민심판이라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 이는 이들 시민단체가 권력에 대거 진출하거나, 국민들의 실생활과는 먼 이념중심의 정치투쟁에 빠져 있을 때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이들 단체는 노무현 정권하에서 친권력적인 정치편향과 친북반미주의를 드러내면서 반(反)법치주의를 일삼고 시위만능주의를 부추기거나 앞장서 왔다. 낙선낙천운동, 탄핵반대운동, 미군기지 이전 반대 등을 비롯한 각종의 정치투쟁이 그것이다. 그러고는 이들 단체의 권력참여가 이어졌다. 참여연대 출신이 무려 310개의 공직을 맡았다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단체는 NGO (비정부기구)로서의 순수성과 정체성을 상실하였고 마침내 신(新)관변단체라는 비난 속에 국민신뢰도 역시 급격히 추락하고 말았다. 노무현 정권의 참담한 국정실패와 이에 일조한 진보좌파 시민단체야말로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한편 보수우파 시민사회단체 역시 반핵 반(反)김정일 규탄집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등의 안보투쟁을 주도해 왔으며 대선에서는 정권교체의 선봉장 역할을 하였다. 이들 단체는 '2008년 시민사회단체 신년인사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 국정수행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번 총선에서 '좌파세력을 척결하자'며 범우파 대동단결을 결의했다. 보수우파 시민단체 출신의 본격적인 정치참여가 이루어질 조짐이다.

    보수우파 시민단체는 진보좌파 시민단체가 밟아온 전철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향후 한국의 시민사회 진로에 있어 중대한 갈림길이 되리라 본다.

    최근의 선거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진보든 보수든 시민단체가 분명 인식해야 할 변화된 패러다임(사회작동원리)이 있다. 피터 드러커의 '지식기반 정보화 사회에서는 대중이 엘리트가 되고 엘리트가 대중이 되는 시대' 라는 패러다임이다. 시민단체가 정치투쟁을 통해 국민대중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아니란 의미이다. 정치투쟁을 주도해온 시민단체들이 태안반도 기름유출 방제작업 자원봉사를 펼쳐야 국민이 믿어주는 세상이 된 것이다. 생활밀착형 사업을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이나 '시민사회연대은행'이 국민들로부터 호응과 신뢰를 얻고 있는 점은 한국사회 NGO의 진로와 정체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식기반사회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는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NGO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커질 것임을 밝히고 있다. NGO가 개방과 경쟁의 속도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부의 미래'에 의하면 기업과 NGO의 변화속도가 시속 100마일과 90마일이라면 관료제도 및 규제기관은 25마일, 학교제도는 10마일, 정치제도는 3마일에 불과하다. 기업과 NGO가 공공부문을 훨씬 앞서간다는 뜻이다.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선진화 일류국가는 정부 혼자서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 기업, NGO 3자 간에 협력적 보완관계인 민관협치(民官協治·New-governance)가 잘 이루어질 때만이 가능하다. 민관협치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선 사회적 통합과 국민신뢰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신뢰지수가 지극히 저조한 불신사회이다. 반면에 NGO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높다. 이러한 신뢰와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어떻게 시민운동의 효율과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인가. 이제 국민의 시선은 보수우파 시민단체의 진로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