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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새 선장으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변이 없는 한 10일 선출될 대표로 손 전 지사가 유력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관측이다. 손 전 지사는 사실상 '총선용 구원투수'다. 그의 임기도 총선일인 4월 9일까지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전 지사가 앞으로 통합신당의 색깔을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되지만 총선 공천을 목전에 둔 각 계파 의원들은 그가 뽑을 '인적 청산'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총선 패배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총선용 대표를 맡는다는 것은 우상호 의원 말처럼 "독배를 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정치적 모험을 하는 손 전 지사로서는 이 기간동안 당을 어떻게 든 '손학규 색깔'로 바꿔야 한다.
짧은 기간에 당 색깔을 바꿔야 하는 만큼 손 전 지사 입장에선 대대적 '인적청산' 작업은 불가피하다. 당 쇄신위원회가 내놓은 '쇄신안'에도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 인물교체가 불가피하다"면서 50%가량의 인물교체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새 지도부 구성과 동시에 통합신당에는 '공천 칼바람'이 불어 닥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 전 지사 진영을 제외한 나머지 계파에서 지도부 선출 전 현행 당헌·당규를 들어 당권과 공천권 분리 원칙을 못박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균환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헌·당규 123조에 당권과 공천권은 분리돼 있다"면서 "새롭게 논의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 측은 새 지도부가 공천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쇄신'은 물 건너가고 손 전 지사는 결국 '총선용 얼굴마담' 밖에 안 될 것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7일 중앙위원회(당 최고의결기구)에서도 새 지도부의 권한 문제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10일 손 전 지사가 새 대표가 된다 해도 '공천권' 문제로 내홍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손 전 지사의 색깔은 '탈 노무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당내 어느 계파보다 '친노 그룹'의 존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노 그룹에 대해서는 대다수 의원들이 결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다. 친노 그룹은 '인적 청산'의 제1 타깃이 자신들이 될 지 촉각을 세우며 바짝 움츠리고 있다. '합의 선출' 목소리를 내면서도 '손학규 추대론'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친노 그룹은 7일 중앙위에 대거 불참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도만이 뒤편에 자리를 잡았을 뿐이다.
다른 계파 의원들이 이날 저녁 대책회의를 가진 것과 달리 친노 그룹은 따로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손학규 대표'에 암묵적 동의를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붙고있다. 실제로 친노 그룹 한 초선 의원 측은 '손 전 지사의 이념적 지표와 정책 노선이 친노 그룹과 크게 다른데 함께 존속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크게 다르진 않다"고 했다. 타 계파 의원들이 10일 중앙위를 앞두고 '손학규 견제'를 위해 세 확산 작업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친노 그룹 측은 "대세가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손 전 지사 측의 모 중앙위원은 "친노 그룹이 그래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손학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