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가능한 한 빨리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해 당이 추진하는 정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7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상견례를 겸한 연석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 시기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 것은 당내 갈등이 일고 있는 총선 공천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

    강재섭 대표는 "정부조직 개편안, 국무총리와 장관 인준안 등이 조속히 처리돼야 당에서 생각하는 공천이라든지 정치일정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다"며 "인수위에서 15일까지 마련한다고 했는데 가능하면 빨리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공천을 빨리 하고 싶어도 이런 일정이 제때 추진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1일 임시국회 소집을 위해 양당 원내대표간 협의중"이라며 "대통령 취임 전 정부조직 개편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치려면 21일 이전에는 제출돼야 한다. 일정상 그렇다"고 요구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와 관련해 인수위에서 잘 들어달라"고 거듭 당부하면서 "통폐합 부처가 결정된 후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돼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당에서는 속도를 더 내라고 하는데 사실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당 일정에 차질없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속도를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소홀하고 허술하게 다뤄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비공개회의에서는 이같은 당의 요구에 인수위측에서 "가급적 빨리 하겠다. 또 개편안을 당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인수위 활동에 대한 당의 '까칠한' 지적도 이어졌다. 당은 인수위에서 흘러나온 정보가 주로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마치 새로운 정책발표로 확산되는 점을 특히 비판했다. 강 대표는 "인수위는 현행파악과 정책 준비가 핵심"이라며 "확정적 정책을 발표해서 법률에도 없는 정부의 정책결정 기능을 대신 한다는 오해나 비판을 받지 않도록 신경써 달라"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인수위 활동에 대한 불만은 전혀 아니며, 일부 국민적 우려를 대신 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강 대표는 또 "당 정책위로 국민 건의 전화가 많이 온다. 궁금한 게 있어 인수위에 물어보려 해도 통화가 안된다는 전화민원이 당으로 폭주하고 있다"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모양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강 대표의 지적에 이 위원장은 "민원도, 불만도, 제안도 봇물터지듯 오고 있다"면서 "국민이 그만큼 여망과 기대가 높기 때문에 당에서도 정부에서도 참 할 일이 많다. 미리미리 파악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가 사실상 예비 당청협의회라는 성격이 있기도 해 양측은 협력을 위한 다짐에는 입을 모았다. 강 대표는 "인수위는 현 정부와 새로 창출된 정부 사이의 가교다. 향후 5년간 국정운영 청사진을 잘 그려야 한다"며 "오늘 모임도 당과 유기적인 관계를 이뤄 이명박 정부를 잘 뒷받침해야 된다는 취지"라고 말했고, 이 위원장은 "인수위의 위상은 한시적으로 실무를 담당하는 기구"라며 "떠나고 나면 한나라당이 입법화, 정책화 작업을 할 것이기 때문에 바통터치를 위해 인수위와 당의 긴밀한 협조와 지원, 의논이 필수적"이라며 협력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강 대표와 안 원내대표, 정형근 김학원 김무성 전재희 심재철 나경원 이한구 김학송 정병국 박재완 의원 등이 당에서 참석했다. 인수위에서는 이 위원장.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 김형오 부위원장, 맹형규 강만수 진수희 박형준 의원 등 분과별 간사가 나섰다. 이동관 대변인과 백성운 행정실장도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