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 인사들이 연이어 당 지도부의 공천 연기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4일 "이명박 당선자가 공천시기를 늦추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말을 바꿨다"며 이 당선자를 정면 겨냥했다.

    유승민 "당선자가 말 바꿔"

    유 의원은 이날 아침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 "며칠 전에 박근혜 대표하고 이 당선자 두 분이 만나서 공천 시기를 늦추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내가 박근혜 대표한테 직접 몇 번 들은 얘기고, 박근혜 대표가 거짓말 하실 분이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어 유 의원은 "정권의 동반자라는 표현까지 썼던 분들이 무시하고 무대응으로 나와서는 안된다"며 "박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이야기를 했고 저희들이 이런 의견을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다. 만약 계속 무시당하고 대답을 듣지 못하면 그 다음에 어떤 결단을 내릴지, 결심을 할지는 고민을 해 봐야한다"고 '친이명박' 측에 강하게 경고했다.

    또한 '친박근혜' 측 김재원 의원도 이날 아침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친 이'측의 '밀실공천' 의혹을 제기하며,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이명박 브랜드로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명박 브랜드로 총선 치르자는 얘기는 정확한 얘기일 수 있지만, 이명박 당선인의 필요에 따라 공천이 이뤄진다면 당을 한 사람의 개인 사당으로 전락시키는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재원 "결국 밀실공천으로 가자는 것"
    전략적 공천주장에 "지리멸렬한 야당같은 생각"

    김 의원은 당 지도부의 3월 이후 공천시기 주장에 "지금부터 공천작업을 시작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3월 달에 공천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은 결국 공천심사위원회 이외의 어떤 밀실조직이 평소부터 준비를 했다가 그 때 가서 어느 날 갑자기 공천심사위원회를 통해서 발표할 그런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이것은 결국 밀실공천이자 특정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분들, 몇 명의 공천에 나서는 이른바 사당화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밀실공천'의 근거에 대해 "개인적으로 파악한 사실은 전혀 없다"면서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공천이라는 건 수 개월이 걸리는 여러 가지 작업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사정을 파악하고 지역 주민의 입장에 가장 맞는 후보가 누군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있어야 되는데 그것은 굉장히 장구한 세월이 걸리는 작업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략상 미리 공천을 해 놓으면 여러 가지 노출될 우려가 있다. 여러 정당들의 동향을 봐 가면서 결정해야 된다'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김 의원은 "그건 참으로 답답한 말씀"이라고 잘라 말하면서 "이제 지금 여당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민에게 (훌륭한) 인재를 충분히 내서 정정당당하게 겨뤄야지, 이게 무슨 지리멸렬한 야당이나 창당도 하지 않은 그런 야당의 생각을 해서 그 분들이 창당을 하고 후보를 내놓으면 그 때 가서 어떤 사람을 내놓겠다는 그런 뜻인 것 같은데 정치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이야기"라고 맹비난했다.

    "인적쇄신? 10년전 얘기하는 것"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공천하다보면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는 "공천작업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갈등이 생기든 말든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적어도 정치를 같이 해온 동료들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이 '한나라당은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다. 그래서 지역적으로 한 쪽의 지지를 계속 받다보니까 좀 인적 청산 또는 인적 정체요소가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그 분은 한 10년 전의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전국적으로 지지를 얻은 것을 보면 호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골고루 1등을 했다"며 "그런 상황을 간과하고 계속 10년 전, 20년 전의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좀 계신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에 대해 이 당선인 측은 박 전 대표와 측근 의원들을 향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등의 노골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물러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3월 공천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