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선의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제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강경보수파로 분류돼온 김 의원은 3일 "이제 좌파정권이 퇴진하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부가 나라를 이끌게 돼 안심하고 물러갈 수 있게 됐다"며 "이제 보수원조 김용갑은 소임을 마치고 정치무대에서 사라지려고 한다"며 정계은퇴를 고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러 "군대에서 제대하는 것 같다. 때가 되면 아름답게 물러나야 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며 정치인으로서 시간을 정리하는 소감을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12년간 국회활동을 통해 국가 안보와 국가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선봉에서 싸워왔다"며 정치역정의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어느 날은 의정 단상에서 국가보안법 반대 폐지를 외치다가 쓰러지기도 했고, DJ 정부를 조선노동당 2중대로 규탄하는 등 좌파 정권 비판에 앞장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권에서도 눈치보지 않고 소신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혹시 나로 인해 개인적으로 상처를 입은 분이 있었다면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며 여의도를 떠나는 선배로서 아량을 보였다. 김 의원은 "3선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주고 영광스럽게 명예제대를 할 수 있도록 성원해준 밀양시민·창녕군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며 지역주민에 인사도 잊지 않았다.

    기자회견문 낭독 후 김 의원은 이날 불출마선언을 하게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최근 당내 공천 시기 논란을 의식한 듯 "시기를 엿보던 중 공천 문제가 있어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기 전에 나가야겠다 생각했다"며 "어느 쪽 유불리를 떠나 시기를 정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공천 시기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힌 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가 동반자이니 공개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기보다 비공개적으로 잘 수습해야한다. 그래야 국민을 설득하고 화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또 "3선이면 국회에서는 환갑이고, 적은 세월이 아니다"며 "또 출마하면 당선되겠지만 한 지역에서 20년, 30년 하다보면 아무리 잘해도 뒷말이 있지 않겠나"며 미련을 털었다. 그는 자신의 불출마 선언을 "계파를 떠나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는 김 의원에게 취재진과 당직자들은 박수로 아쉬움을 전했으며, 김 의원은 "북한에서 늘상 '반통일세력 5적'이라며 나를 포함시켰는데 이제 그러지 않겠지"라고 농담했다.

    김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으며 노태우 정부에서 총무처 장관을 역임했다. 제 15대 국회부터 17대 까지 3선 의원으로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산업자원위원회 등을 거쳤다. 한나라당 중진의원 모임 회장, 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