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무소속 이회창씨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씨의 대선 출마 명분이었던 'BBK 한방'에 대해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무혐의'를 발표한 만큼 이씨가 주장한 '스페어 후보론'은 더이상 설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여론조사 공표시한 직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씨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 이어 3위로 밀려나자 한나라당은 이씨의 사퇴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13일 발표된 조선일보 조사 결과는 이명박 45.4%, 정동영 17.5%, 이회창 13.6% 순이었으며, 중앙일보-SBS 조사는 이명박 44.7%, 정동영 15.7%, 이회창 13.1% 이었다. 리얼미터 조사도 이명박 45.0%, 정동영 16.0%, 이회창 12.9% 으로 나타나는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씨는 모두 3위를 기록했다.

    이명박 후보는 13일 부산 서면 거리유세에서 "내 입으로 이런 말하면 그렇지만 12번을 찍으면 1번을 찍는 것과 똑같다"며 이씨를 정면 겨냥했다. 그는 "이번에 새치기한 사람을 절대 인정하면 안된다"며 "부산은 제2의 도시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산실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깬 사람을 지지하는 것은 부산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이씨를 거듭 몰아붙였다.

    또한 이씨가 이명박 후보를 향해 "위장취업과 탈세로 국민을 속인 이명박 후보는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며 "이명박 후보의 의혹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 여론조사를 믿지 마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은 이날 논평에서 "멀쩡한 타이어 두고 두번 빵꾸 난 스페어로 왜 바꾸느냐"며 그가 대선출마 명분으로 삼은 '스페어론'으로 응수했다. 강성만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민주적 경선을 통해 선출된 이명박 후보가 사퇴해야 하느냐, 새치기 얌체 후보인 이회창 후보가 사퇴해야 하느냐"고 주장하며 "이명박 후보만이 정통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유일 후보이기에 이회창 후보는 우파도 좌파도 아닌 '새치기파'일 뿐"이라고 독설을 뿜어냈다.

    한나라당 김학원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회창 후보는 살신성인의 결단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며 후보 사퇴를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BBK에 대한 혐의가 검찰의 수사에 의해서 말끔하게 무혐의로 처리되었다"면서 "이에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폭락해서 2위에서 3위로 쳐지고 20%가 넘던 지지율이 10%대로 돼서 앞으로 이제 한자리수로 갈지도 모르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현안브리핑에서 "이회창 후보가 유력 신문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고 했는데 이는 한 달 전 태도와 다른 것"이라며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출마 때 말한 것처럼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이날 이씨 측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오전 캠프에서 열린 팀장회의에서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민심과 괴리가 크다는 불만이 주를 이뤘다고 캠프 측은 전했다. 이씨도 전날 경북 김천 거리유세에서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큰 신문들이 주관하는 여론조사는 다 엉터리라고 말하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마라"고 여론조사 결과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강삼재 캠프 전략팀장도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격으로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다. 강 팀장은 이날 성명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연장"이라고 비판하면서 일부에서 제기된 노무현-이명박 빅딜설 이른바 '노명박' 의혹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직 대통령의 영향하에 있는 검찰이 BBK 사건에 대한 짜맞추기식 편파수사를 통해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국민들은 '부패보수 위장보수'의 상징 이명박 후보와 '무능한 좌파'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야합을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