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선거일이 30일 남은 시점. 역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대선판도를 흔들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BBK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이 국내 송환, 구속 수감됨으로써 향후 검찰의 '입'이 지지율 1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에 영향을 줄 유일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는 "한점 꺼리낄게 없다"고 자신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자칫 '이상한' 방향으로 여론몰이가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과 여권은 입모아 '공정수사' '진실규명'을 말하지만, 속내는 딴판이다. 한나라당은 '공정수사'를 통해 '김경준의 거짓말'을 규명하라는 요구이고, 여권은 이 후보와의 연관성을 검찰이 찾아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경준의 송환'이라고 표현하는 반면, 여권은 줄곧 '귀국'이라는 단어를 쓰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대한 입장도 확연히 다르다. 한나라당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안을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일부러 흘린다든지 왜곡되게 전파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며 검찰을 압박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의혹부풀리기가 가져올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검찰은 김경준에 대한 언론의 접근을 지나치게 차단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이 후보와의 관련성을 주장하는 김경준의 목소리가 좀 더 알려지길 바라는 기대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미 직접 나서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주장하며 이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17대 대선마저 온국민의 축제가 아닌 고소고발전으로 얼룩지는 양상이다.

    과거에도 검찰은 대선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10년전 대선 당시 신한국당과 이회창 후보는 새천년국민회의 김대중(DJ) 후보의 67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DJ에 대한 수사가 몰고올 파장을 우려한 김태정 검찰총장이 대선 후까지 '수사유보'를 발표함으로써 DJ는 근소한 차이로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민란'을 경고한 DJ측의 압박이 주효했으며, 수사유보를 사실상 지시한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 이회창 후보측은 반발했었다. 김태정 검찰총장은 DJ정권에서 법무부장관까지 올랐지만 '옷로비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김대업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면제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이 본격 개입하게 됐다. 소위 '병풍'수사는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경 무혐의 처분으로 끝이 났지만, 급락했던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이 후보는 또다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패했으며, 대선이 끝난 후에야 '김대업 사건'에 관련됐던 자들의 유죄가 인정됐다.

    이같은 전례로 "또 검찰이 나왔구만" "대선때마다 검찰 입을 봐야하나"는 등 정치권의 자조가 흘러나온다. 두차례 '검풍(檢風)'을 겪은 국민이 이번에도 영향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이 후보측 관계자는 "지난 경선에서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치면서도 이 후보는 지지율 35%대 이상을 유지했고, 곧 위기를 벗어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며 "각종 의혹에 대한 영향은 현재 지지율에 포함돼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이라는 변수가 이미 이 후보의 지지율에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주장이 나오더라도 과거와 같은 '급락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의혹 부풀리기'식 검찰의 발표가 나올 경우 단순한 '김경준의 주장'을 넘어선다는 게 문제"라며 경계를 늦추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