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운명의 주말'을 보내고 있다. 이회창씨의 탈당과 대선출마, 박근혜 전 대표의 비협조, 게다가 BBK사건 핵심인물인 김경준의 귀국도 임박했다. 일년 넘도록 지지율 선두를 독주했지만, '불안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완연히 벗지 못한 탓에 내주가 '이명박 대세론'의 최대 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 후보는 11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9일에 이어 10일도 대부분 공식일정을 취소한 채 정국 타개책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 이씨 출마에 대한 입장정리, BBK의혹 해소를 위한 의사표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대응책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같은 변수들로 인한 전체적인 대선전략 재조정에 관한 내용발표도 준비중이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제시할 조건에 관심이 모아진다. "뭘 줘야하나"는 대목이 이 후보측의 가장 큰 과제다. 이회창 돌발변수를 제거하고 정권교체의 최적임자라는 안정감을 심기위해, 또 정통보수세력과 영남권 지지기반 굳히기를 도모하려면 박 전 대표를 달래 같이 가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에게 12일로 예정된 국민성공대장정 대구경북대회 참석을 요청했다 거절당한 점은 타격이 크다. 한나라당의 본산인 TK지역 분열과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이회창씨의 지지율이 만만찮게 올라서고 있는 점도 거슬린다. '창'을 막기위해서는 TK정서를 안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 후보가 기자회견에 앞서 10~11일중 박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자택을 찾는 등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표측에 내밀 카드는 두가지로 관측된다. '국정동반자'로 선언, 박 전 대표의 협력 명분을 심어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박 전 대표에게 차기대권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확약할 수도 있다. 또 당권대권분리라는 명분하에 당내 갈등을 야기한 근원적 요인인 내년 총선에 대한 지분보장이다. 공천권에 입장을 밝힘으로써 일부 불만세력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이 가능하다. 이 후보측 한 관계자는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뿐 아니라 박 전 대표측이 주장하는 당권대권 분리, 공천권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이 후보의 이같은 노력에도 박 전 대표가 '관망'입장을 고수할 경우 이에 대한 반박을 준비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재섭 대표가 "행동으로 뭐든 해줬으면 좋겠다"며 박 전 대표와 측근들을 겨냥한 데 이어, 박 전 대표의 침묵을 비판하는 당내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이 때문에 이 후보의 기자회견이 박 전 대표의 '경선불복'에 대한 공세를 위한 사전작업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당 안팎에서는 자택칩거중인 박 전 대표의 입장선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에 따라 한나라당의 상황이 급반전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박 전 대표의 협력을 촉구하는 당내 비판과, 이재오 최고위원 사퇴로 인해 부족해진 명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