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통령 후보의 말처럼 17대 대선정국은 선거 막판 요동쳤다. 그러나 정 후보의 기대와 달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그의 지지율은 반토막이 났다. 정 후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더 좁아졌다.

    다급해진 정 후보는 길찾기에 나섰다. 어느 방향으로 어떤 길을 뚫어야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일단 범여권을 하나로 뭉쳐보자'는 게 정 후보 측이 짠 기본 틀이다. 세는 작지만 하나로 뭉쳐야 그나마 여론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와 같은 효과까지는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까지 가세해야 겨우 2위로 올라설 수 있는데 이 역시 후보단일화시 각 후보의 지지율이 고스란히 단일후보로 이동한다는 전제에서다. 이렇게 대선을 '이명박-이회창-정동영' 3자구도로 만들면 자연스레 세 후보의 세가 비슷해 질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물론 BBK 사건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귀국 후 신뢰할 만한 의혹을 제기해 여론을 흔들었을 때를 가정해서다.

    정 후보의 전략기획을 담당하는 민병두 의원은 "이회창씨 지지율 상승과 이명박 후보 하락은 이어질 것이다. 특히 김경준씨가 송환돼 공항에서부터 검찰청사로 연행되는 모습이 방영되는 그 시점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이 후보의 지지율은 아마 20%대 초·중반까지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정 후보가 '이명박-이회창' 두 후보 사이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은 찾기 힘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NS KOREA'의 7일 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의 지지율은 13.9%로 나타났는데 광주·전라(45.7%)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10%대 초반을 기록했다. 영남지역에서는 5%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이회창 후보가 광주·전라 지역에서 얻은 6.9% 보다 못하다.

    호남을 제외하고는 정 후보가 특별히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막판 이회창 후보가 사퇴하면 정 후보의 지지율은 더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광주·전라(13.9%) 지역의 지지율마저 10%대 초반으로 급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동친 대선정국이 오히려 정 후보가 갈 길을 더 막아놓은 셈이다. 

    그래서 정 후보는 최근 보수진영에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금의 범여권 지지기반으로는 선거가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8일 저녁 정 후보는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팔순잔치에 참석했다. 정 후보는 박 전 명예회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9일 오전에는 보수성향인 한국선진화 포럼 초청특강에 참석해 강연 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선진화' 그러면 한나라당에서 좋아하는 개념이고 대통합민주신당과 범여 쪽에서는 별로 안 쓰는 말 아니냐는 편견이 있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며 보수진영에 구애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