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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통령 후보가 몸담았던 MBC가 8일 발표한 정 후보의 지지율은 11.1%였다. 경선 뒤 20%초반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대선 출마 뒤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런 지지율 하락이 정 후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9일 조찬강연에 참석한 정 후보는 일부러 자신의 강연시간을 줄이고 질의응답 시간을 만들었지만 정작 참석자들이 질문을 던지지 않아 정 후보의 진땀을 뺐다.
정 후보는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의 초청강연에 응했는데 한국선진화포럼은 각 정당 대선후보들을 불러 각 후보들의 정강정책을 듣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같은 자리에서 강연을 했고 한나라당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표도 초청받아 강연을 한 바 있다.
이 포럼은 통상 후보들의 강연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참석자들의 질의에 대한 후보의 답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지난 6일 이 후보의 강연에서도 이 후보는 약 30여 분간 강연을 한 뒤 남은 30분 이상의 시간을 질의응답으로 채웠다. 정 후보의 이날 강연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전 8시 10분경 부터 강연을 시작한 정 후보는 35분 쯤 "이사장님께서 연설은 짧게 하고 질문을 많이 받는 게 좋겠다 했다"면서 3분여 뒤 강연을 마무리 했다. 곧바로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 초반 두 개의 질문을 받은 뒤 더 이상의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사회자가 "다음 질문할 분은 자기소개를 해주시죠"라면서 거듭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요구했으나 좀처럼 질문자는 나오지 않았고 순간 강연장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예정된 강연시간은 15분 가량이나 남았고 질의응답을 위해 일부러 강연시간을 줄인 정 후보도 당혹스러운 듯 "제가 너무 설명을 잘해서 그런가요. 아니면 못해서 그런가요"라고 말하며 멋쩍은 듯 웃었다. 그래도 질문자가 나오지 않자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조 교수는 "오늘 아침 뉴스를 들으니까 국제기구에서 남녀평등지표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후진국이더라"면서 "정 후보는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어떤 정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후보는 "조기숙 교수님 감사합니다. 점수 딸 질문을 해줘서…"라며 답변을 이어갔고 이어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의 모 교수로 부터 한미 FTA 관련 질문을 받은 뒤 강연을 마무리 했다.
이 같은 강연풍경은 이례적이다. 보통 주요정당의 대선후보 초청강연의 경우 후보의 강연 뒤 참석자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6일 이 후보 강연의 경우 참석자들의 질문요구가 많아 사회자가 질문을 추려야 했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강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 후보 강연에 대한 평도 낮았다. 구체적인 경제수치를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했으나 일반대중이 쉽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다는 평이다. 강연에 참석했던 통합신당의 모 의원도 강연 뒤 일부 취재진에게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강연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한 것 같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같으면 편안하게 웃으면서 했을 텐데…"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