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출마를 놓고 고심 중이라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에게 당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창당 10주년 기념일(21일)을 전후해 이 전 총재 등 당을 위해 헌신해 온 인사를 전부 모아 기념행사를 했으면 좋겠다" (강재섭 대표, 1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이 전 총재까지 포함해 모두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힘모아 나가길 바란다"(이명박 대선후보, 지난달 31일 부산 당원행사)는 등 지도부급에서는 이 전 총재를 다독이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격앙된 상태다.

    특히 이 후보 주변에서는 이 전 총채측이 내세운 명분인 "후보 유고시를 대비해야 한다"는 일명 '스페어(spare)론'을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이 후보측에서는 "마치 유고를 바란다는 것 같다" "후진적 생각에서 아직 못 벗어나고 있다. 그런 구시대적 사고방식 때문에 두번 대선에서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이 전 총재를 비난했다. 더 나아가 한 관계자는 "자기(이 전 총재)는 유고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냐"고 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 신변을 책임지는 경호팀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누르느라 힘들다.

    당내에서도 이 전 총재의 '노욕(老慾)'으로 규정짓는 시각이 많다. 소속 의원 일부는 출마가능성에 '설마'라는 꼬리표를 달면서도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나타내고 있다. 가장 먼저 가시화되는 쪽은 초선의원 모임이다. 이성권 최구식 전여옥 박세환 박찬숙 안명옥 배일도 김명주 의원 등 초선의원들은 지난달 31일 오전 조찬모임을 갖고 "이 전 총재를 만류해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뒤 2일 참여 의원수를 늘려 다시 논의키로 했다.

    원희룡 의원은 "대 오만이자, 대 착각 그리고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이 전 총재의 행보를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제주에서 만난 원 의원은 "이 후보가 낙마할 것이라는 주장만큼 고약한 네거티브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소장파 의원은 "차떼기당으로 전락시킨 책임을 벌써 잊었단 말이냐. 자기(이 전 총재)는 무슨 자격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고개저었다. 이 의원은 "만약 나온다고 선언하면 (의원들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의 책임론도 나온다. 최근 이 전 총재를 '비공식' 대선후보로 가정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50%대를 웃도는 기존 지지율보다 5~6%포인트 가량 손해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측에서 이 전 총재의 사소한 움직임까지 상시 체크하고 있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10% 중반대를 차지할 것으로 조사된 이 전 총재의 잠재적 지지율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통적 지지세력인 보수세력을 이 후보가 온전히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