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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0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오늘로 제17대 대통령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50일 뒤면 투표장에 가서 누구를 다음 대통령으로 할지 표를 찍어야 한다. 지금쯤이면 이번 대선에 출마할 사람은 당연히 다 정해지고 그의 공약과 소속 당의 정강 정책을 놓고 대국민 설득이 막바지 단계에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선거 대진표도 모른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여권 후보는 투표 24일 전에야 정해졌다. 투표 하루 전에는 후보 단일화를 했던 두 사람이 갈라서는 일도 벌어졌다. 이번에도 그 재판이 될 모양이다. 제3세계 후진국에서나 있을 일이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야권에선 이회창씨가 세 번째 대선 출마를 할까 말까 재고 있는 중이다. 이명박 후보가 불안해서 자신이 대타용으로라도 후보 등록을 해둬야 한다는 논리라고 한다. 세상에 이런 류의 출마가 또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이씨에게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출마해 심판받았어야 한다. 이씨의 지금 행동은 결과적으로 경선 불복이나 다를 것이 없다. 경선 불복과 분열 때문에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했던 이씨가 이러는 것을 보면 사람의 정치적 욕심과 미련은 정말 끝이 없는 모양이다.
이씨가 이럴 수 있는 것은 이명박 후보가 야권을 정신적으로, 실질적으로 통합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의 정권 교체 바람을 업고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이 후보가 경선 후 지난 두 달여 동안 야권 통합을 위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야권 통합이 대선 승리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진정으로 고민했는지 모를 일이다.
여권은 또다시 후보단일화에 목을 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동영 후보를 뽑은 그날부터 민주당 이인제 후보, 문국현 후보와 후보단일화 노래를 불렀다. 국회 과반수 의석 150석에 육박하는 제1당이 자기 당 후보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을 뻔히 알면서 10분의 1도 안 되는 소수당과 아직 당도 없는 개인과의 후보단일화에 매달려 있으니, 막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지 않는 한 이런 일이 벌어질 순 없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은 야당은 분열하고 여권은 합치고 있다고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은 후보단일화 쇼에도 이미 입맛을 잃었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갈림길이다. 그 결정적 선택을 코앞에 둔 지금 후보가 누군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대한민국 정치권이 이런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