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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방침에 24일 당론으로 '반대'입장을 결정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당론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졸속'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날 오전 통합신당은 정동영 대통령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열었다. 정부의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 방침에 대한 당론을 채택하기 위함이었는데 당론결정을 위한 의결정족수는 모자랐다.
의원총회의 목적이 정부의 파병연장 방침에 대한 동의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는데 사회를 본 강기정 의원은 이날 의총의 의제를 밝히지 않은 채 "우리 (정동영) 후보님이 참석한 두 번째 의총이다. 어제 마의 20% 지지율을 넘고 전국투어를 시작하면서 (지지율은) 급진전 할 것이다. 민생투어를 시작할 정 후보를 모시겠다"며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원내사령탑인 김효석 원내대표에게 먼저 마이크를 넘겨야 한다는 정 후보의 주장에 따라 김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발언을 시작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 원내대표는 20%를 가까스로 넘은 정 후보의 지지율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비난으로 인사말을 시작했고 파병연장 방침에 대한 당론채택 문제는 발언 마지막에 가서야 꺼냈다.
더구나 "(이라크 파병연장에 대한) 추가 설명은 (정동영) 후보가 말씀 하시고 필요하면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가 하겠다"면서 이날 의총의 주된 의제에 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그 뒤 오충일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는데 오 대표는 정 후보의 지지율과 이 후보를 비난하는 발언만 한 채 자리로 돌아왔다. 파병연장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 필요하면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추가설명을 하겠다고 했지만 임 수석은 아예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정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정 후보는 이날 칠판까지 동원해 자신의 대권비전을 설명한 뒤 이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았다. 정 후보는 발언 마지막 "칠판을 놓고 하는 게 의원총회 사상 처음 아니냐"면서 자신의 철학과 비전에 "동의하면 박수를 쳐 달라"고 말한 뒤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정 후보가 갑자기 다시 마이크를 잡기 위해 단상으로 나갔다. 이라크 파병연장 문제를 빠뜨린 것이다. 정 후보 스스로 "과목이 하나 빠졌다"면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는데 발언의 취지는 자신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근태 의원 및 당 지도부와 논의 한 끝에 파병연장 반대 입장을 정리한 만큼 이에 따라 달라는 것이었다.
정 후보는 "최고위원을 비롯한 지도부가 손학규 이해찬 후보, 김근태 전 의장 그리고 제가 모여 논의했던 부분을 당론으로 결정해주면 좋겠다. 특별한 이견이 아니라면 의견을 모으고 그 의견을 중심으로 관철해 '신당에 힘이 있구나. 그 힘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사용됐구나'하는 것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며 반대당론을 모아줄 것을 요구한 뒤 "신당이 이 후보와 철학이 다른 정당이고 지향점이 다른 정당임을 국민 앞에 각인시킬 기회"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의 이런 요구가 끝난 뒤 김 원내대표는 "후보가 말씀했 듯 손학규 이해찬 후보도 여기에 함께 의견을 모았다. 토론이 필요한 지를 묻고 싶고 우선 오늘 의결정족수는 안되지만 그런 것을 대비해 (의원) 71명의 서명을 이미 받아놨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토론이 필요하신 분이 있느냐"고 물었고 몇몇 의원들이 "없습니다"라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없으면 박수로 당론으로 동의해 달라"고 했다.
이렇게 당론이 결정됐는데 당내 일부 의원들은 파병연장에 찬성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고 일부 친노성향 의원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유시민 의원의 경우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도 하지 않았고 김 원내대표가 밝힌 반대 서명역시 하지 않았다. 유 의원 측은 "서명 돌린 것을 못 받았다"고 했다.
유 의원의 입장을 묻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측근에게 "일체 언론관련 접촉을 안 하고 (유 의원 관련) 기사가 나가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파병연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금은) 입장이 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유 의원이 이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지 않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거듭 유 의원의 입장을 확인하려 했으나 측근은 "그것은 코멘트를 안 합니다. (유 의원이) 그건 코멘트를 못하죠"라고 일축했다.





